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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사람들과 나누고픈 한글 이야기 #2:한글과 한국어는 다르다.

우연한 기회에 어떤 회합에 참여했다가 자기의 경험·지식, 생활 TIP을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나눌만한 게 없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문득 '한글'에 대해서라면 내가 몇 마디 이야기 하고픈 내용이 있음을 생각해 냈다. 평소 테레비나 인터넷에서 우리말과 우리글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한 마디 거들었으면 했던 생각들이 있다. (어쩌면 이 생각들이란 게 보통사람의 작고 얕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중언부언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를 읽는 이들에게 먼저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 짧고 조잡한 글솜씨로나마 두서없이 몇 차례 적어본다.

오래 전부터 매스미디어(mass media)에서 우리 말글 이야기를 다룰 때 한국어와 한글을 구별하지 못하고 뒤죽박죽 섞어 쓰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대표적인 게 케케묵었건만 되풀이되는 '국한문(國漢文) 혼용'과 '순한글 전용' 논쟁이다. 본질은 우리말인 한국어에 있는데 논쟁은 이름처럼 '문자표기방식' 문제로 삐딱선을 타다보니 논쟁의 내용도 한국어와 한글의 개념이 혼재한 채 유익함이 없는 논박으로 그치기 쉽상이다. 또, 한글날이면 으레 신문기사, 칼럼과 TV방송 프로그램에서 하는 이야기, 외국인의 한국관광이나 다문화가정의 일상을 소개하는 유튜브에서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구경하다가 꺼내는 이야기가 한글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한국어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많다.

한국어와 한글은 다르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어는 말이고 한글은 글자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한국어는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당연한 상식조차 혼동되는 세상이 된 거 같다. 그러다보니 일본식 한자말과 인터넷 줄임말, 외국말 남용 등이 난무하는 언어생활도 순한글로만 읽고 쓰면 저절로 우리말 사랑이 되는 줄 아는 게 아닌가 싶다.

제도권(행정, 법률, 언론, 교육, 도서·출판 등등)에서 자주 쓰는 말과 글에는 민초들이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일본식 한자말이 많다. 행정민원서식이나 법률조문이 아무리 순한글로 되어 있어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TV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말과 글은 '-은,-는,-이,-가' 같은 조사나 '-하다'정도의 말을 빼면 거의 한자말이나 영어 등을 이용한 명사형 단어들로 나열된 느낌을 많이 받는다. 주류사회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한국어가 그렇게 빈곤한 것일까?

내가 어렸을 때 한국어를 첨가어, 교착어 운운하며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언어라고 배웠다. 그러면서 한국어의 특징으로 꼽은 것이 동사·형용사 같은 용언과 의태어·의성어 같은 부사의 발달이었다. 이는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의 증언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일례로 '맵다'라는 말을 영어에서 'hot'이나 'spicy' 정도로 표현할 때 우리는 '맵다, 매콤하다, 얼큰하다, 칼칼하다, 알싸하다, 얼얼하다, 아리다...' 등 여러가지 어감으로 표현하는 낱말이 많다. 의태어와 의성어를 보더라도 '화들짝, 폴짝, 성큼성큼, 알콩달콩, 쩝쩝, 짭짭, 살랑살랑, 맨들맨들, 도란도란, 왁자지껄...' 처럼 다양한 표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우리말 고유의 장점을 잘 살려쓸 수는 없을까?

90년대에 대전에서 엑스포(EXPO)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할 때에 '도우미'란 말이 처음 생겨났다. 행사를 기획하고 주최하는 엘리트들이 만들었을 것인데 '젊은이, 늙은이, 어린이' 같은 우리말을 생각하면 이는 어법에 맞지 않는 잘못된 말이다. 우리말 어법대로 한다면 '도우미'가 아니라 '돕는이/도울이' 정도가 되어야 옳다. 반면에 90년대에 유행하던 물건인 무선호출기를 부르는 이름인 '삐삐'가 있었다. 무선호출기의 호출음인 의성어 '삐삐'가 물건 이름이 된 것인데 어디서 만들고 시작한 이름인지 몰라도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선호출기 이름이었다. 아마도 우리말의 특성을 잘 살린 까닭에 민초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사용빈도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나온 역사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언어생활이 영향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 변하는 세태가 본래 가진 우리말 표현을 잠식하고 우리말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우리말 어법을 자꾸 망가뜨리고 있다면 그건 문제가 아닐까?


【출처】 Unsplash 의 Mathew Schwartz


2023년 6월 24일 토요일

사람들과 나누고픈 한글 이야기 #1:한글 글자수는 몇 개일까?

우연한 기회에 어떤 회합에 참여했다가 자기의 경험·지식, 생활 TIP을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나눌만한 게 없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문득 '한글'에 대해서라면 내가 몇 마디 이야기 하고픈 내용이 있음을 생각해 냈다. 평소 테레비나 인터넷에서 우리말과 우리글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한 마디 거들었으면 했던 생각들이 있다. (어쩌면 이 생각들이란 게 보통사람의 작고 얕은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중언부언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를 읽는 이들에게 먼저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 짧고 조잡한 글솜씨로나마 두서없이 몇 차례 적어본다.


한국사람들에게 한글의 글자수---알파벳(Alphabet) 또는 자음, 모음의 갯수---가 몇 개냐고 묻는다면 과연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을 할까? 만약에 나한테 이 질문을 던진다면 내 대답은.... '무한(無限)하다'가 되겠다.


무한(無限)이라... 우리가 얼핏 생각하면 자음 14개(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와 모음 10개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를 합해서 한글 글자수는 24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만들 때 사람의 입모양, 발음기관을 본따 아음(牙音: ㄱ), 설음(舌音: ㄴ), 순음(脣音: ㅁ), 치음(齒音: ㅅ), 후음(喉音: ㅇ) 과 하늘·땅·사람(天·地·人)을 본떠 ㆍ, ㅡ, ㅣ같은 글자를 만들었다. 여기에 가획(加劃)의 원리를 적용한 ㅋ, ㄷ, ㅌ, ㅂ, ㅍ, ㅿ, ㅈ... ㆁ,ㆆ과 음양(陰陽)의 원리를 적용한 ㅏ, ㅓ, ㅗ, ㅜ를 합해 기본글자 28개라 하였다. 기본(基本)글자 28개!!


세종대왕은 한글 글자수가 모두 28개라고 하지 않고 '기본(基本)'이라고 하였다. 즉, 다시말해 기본글자 28개를 가지고 얼마든지 새로운 글자를 추가해 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훈민정음으로 쓰인 옛날 문헌에서 지금은 쓰지 않는 ㆅ, ㅭ, ㅴ, ㅱ, ㅸ, ㆎ 등의 글자를 볼 수 있고 지금 쓰는 ㄲ, ㅆ 같은 쌍자음과 ㄼ, ㄶ 같은 겹받침에서도 훈민정음 28개 사용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새삼 세종대왕이 사람의 입모양과 발음을 본떠 글자를 만든 이유가 가늠이 되고 한글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지 않는가?


현대사회가 지구촌으로 글로벌(Global)화함에 따라 일상에서도 영어 등 다국적 언어 사용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어를 정확하게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도 필요해진다. 이때 현대 한글자모 24개에 갇혀 부정확한 외래어표기를 할 게 아니라 위대한 조상의 문자창제 정신을 이어받아 [p]와 [f]를 구별하고 [ɵ]와 [ð]를 구별하는 한글 글자를 만들어 봄이 어떠한가?


각자병서(各自竝書), 합용병서(合用竝書), 연서(連書) 등의 제자원리를 적용한 옛한글


2022년 9월 30일 금요일

[꼬시]가 아니라 [꼬치]라구요!

【출처】 PIXABAY

 

꽃이[꼬시] 피었다. / 솥을[소슬] 태웠다.

텔레비전을 보다 보면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 입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틀린 발음이다. [꼬시]가 아닌 [꼬치], [소슬]이 아닌 [소틀]이라고 발음해야 옳다. 저들의 말대로 따른다면 한글도 '꽃 / 솥' 대신에 '꼿 / 솟'이라고 써야 할 판이다.

 

어쩌다 우리의 말글살이가  제대로 읽고 발음하는 일조차 이렇게 망가져 버린 지경에 이르렀나 싶다. 사실 우리 언어생활의 문제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행정과 법률에서 사용하는 딱딱하고 어려운 한자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의 남용, 젊은 세대가 은어처럼 쓰는 인터넷줄임말, 우리말 어법을 해치는 신조어 등등... 

 

우리가 잘못되고 오염된 말글살이를 무책임하게 하다보니 모국어로 한국말을 쓰고 자란 아이들이 우리말 문법과 규칙을 이해하는 일마저 어려워졌다. 가령, '솥+이'를 ' [소시] '라고 발음하며 자란 아이가 학교에 가서 배우는 ' [소치]'라는 구개음화 현상은 얼마나 낯설고 난해한 언어규칙일 텐가?

 

꽃이 [꼬시] [꼬치] 피었다. / 솥을 [소슬] [소틀] 태웠다.


윤석렬이냐, 윤석열이냐

【출처】 MBC 제20대 대통령 선거방송 (2022.03.10)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 · 석 · 렬(열)…

그런데 대통령 이름이 윤석렬일까, 윤석열일까?

뉴스매체를 보면 '윤석열'이라는 표기를 많이 쓴다. 그런데 앵커나 평론출연자들은 대통령 이름을 '윤석렬'로 발음한다.

글자의 표기와 말소리가 일치하지 않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만약 '윤석열'이라는 표기가 맞다면 우리는 이를 [윤서결]로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번째 글자 '열'에서 음가가 없는 초성자음 'ㅇ' 대신에 앞 글자 '석'의 받침 'ㄱ'을 이어지는 음절의 첫소리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이를 연음법칙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 이름을 '윤석열'이 아닌 '윤석렬'이라고 표기한다면 우리는 이를 [윤성녈]이라고 읽어야 한다.

발음을 따져보면 두번째 음절 ' [석] '의 끝소리 'ㄱ'과 세번째 음절 ' [렬] '의 첫소리 'ㄹ'음이 각각 무성음과 유성음으로 붙어서 소리가 난다. 우리는 이럴 때 동화라는 음운변화를 거쳐서 발음하게 된다. 즉, 'ㄱ'음과 'ㄹ'음을 유성음 'ㅇ'과 'ㄴ'으로 바꾸어 발음하기 때문이다. (이를 자음접변 또는 자음동화, 역행동화, 상호동화, 불완전동화라고 한다.)

 

'윤석열'은 ' [윤서결] '로 '윤석렬'은 ' [윤성녈] '로 발음하는 게 맞다.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기레기' 말고 '똥기자' 어떨까요?

기자와 검사가 기소 사건을 두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년 방영한 MBC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

엄중한 시국이다.

민주개혁세력과 수구기득권세력의 일대격전이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사안들이 여전히 조국 장관 가족의 검찰수사와 언론보도에 묻혀버리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가 이렇게 조국 이슈에 휘말리게 된 데는 검찰의 부당한 정치적 수사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정국에 맞서 개혁과 적폐청산의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투쟁적으로 돌파하지 못함에 답답함을 느낀다.)

어제도 조국이슈 보도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문제제기와 검찰·KBS의 반박논쟁이 뜨거운 얘깃거리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나는 한편으로 말과 글에 대한 안타까움과 갈증을 또 한번 느낀다.

만약에 우리 사회의 언어생활이 '삶에 밀착하여 민중에게 쉽고 익숙한 언어를 쓴다'는 철학을 관철하고 있었다면 조국 이슈를 보도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기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금보다 훨씬 더 명료해질 수 밖에 없을 테고 우리 국민들이 이 사안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훨씬 더 수월했으리란 생각이다.

하지만 청산되지 않은 우리사회 질곡의 역사처럼 그 사회의 습성이 고스란히 투영된 우리의 말과 글 역시 비틀리고 병들어 있는 게 현실이다.

비단 제도권과 주류사회뿐만 아니라 민중이 일상에서 쓰는 삶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기레기'라는 단어 하나만 짚어보자.

언론의 공정·진실보도 책임을 저버린 채 권력에 아부하고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기자와 언론을 비꼬는 민중의 언어다.

처음엔 이 낱말의 뜻을 아는 사람들조차 적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치만 나는 여전히 이 단어를 쓰는 데 개운치 않은 찝찝함을 느낀다.

'기레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주의를위한변호사모임', '기획재정부', '문화체육부', '해양수산부' 같은 낱말을 '민노총', '민변', '기재부', '문체부', '해수부' 식으로 줄여쓰는 얼빠진 지식인 나부랭이의 버릇과 닮아 있다.

이런 줄임말 버릇은 우리말 어법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글자수를 줄이는 데 급급한 나머지 뜻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말어법에 맞게 고쳐쓴다면 '민노총', '민변', '기재부', '문체부', '해수부'가 아닌 '민주노조연맹', '민주변호사모임', '재정부', '문화부', '해양부' 정도의 줄임말로 뜻을 쉽게 구별하도록 쓰는 게 옳다.

'기레기'라는 줄임말 역시 '기자쓰레기'나 '쓰레기기자'로 뜻을 구별하기 쉽게 쓰는 게 바람직하다.

굳이 음절수를 줄여쓰고 싶다면 우리말 어법에 맞는 낱말을 새로 만들어 쓰면 된다.

가령 '기레기' 말고 '똥기자' 정도의 말... 어떨까?

2019년 8월 14일 수요일

대한민국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없다

5·16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빼앗고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헌법을 만들었던 독재자 박정희 (1917~1979) 

'자유민주주의?' 이상한 말이다.

어릴적 학교 사회수업시간에 배운 민주주의 사회는 그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신체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같은 '자유'를 기본적으로 보장한다. '민주주의'라는 이념 안에 이미 '자유'라는 개념이 들어있다. 이는 '민주주의'라고 부르면 될 일에 굳이 '자유'라는 표현을 덧붙여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된다.

간혹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 사회주의'와 대비되는 하나의 이념(理念)이라거나 자유민주주의에서 말하는 '자유'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의미한다고 풀이하기도 하지만 근거가 약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소리다.

공산주의 철학인 맑시즘에서 보면 '공산주의, 사회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은 '자본주의'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또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유지하는 다수의 부유한 유럽국가들에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모호하고 실체가 불분명한 개념이 아닌, '사회민주주의'라고 하는 명확한 정치적 입장과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가진 막강한 정치세력이 실존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란 이 괴상한 말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쓰인다. 주로 반공(反共)과 남북냉전 논리를 내세우는 수구(守舊) 정치세력의 입장, 테레비 토론에 나오는 수구(守舊) 논객의 언사(言辭), 박근혜탄핵을 반대했던 태극기집회나 북한에 삐라를 띄웠던 탈북민단체의 집회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떠들어대는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 사회를 규정하는 이념이나 이름이 될 수 없다. 우리사회의 가치와 원칙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만 보더라도 이 점은 분명해진다.

현행 대한민국헌법 전문(全文)에서 '민주' 또는 '민주주의'를  검색하면 모두 11개의 단어(4·19민주이념, 민주개혁, 민주공화국, 민주주의 원칙, 민주평화통일, 민주적, 민주화)가 나온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란 단어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와 비슷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두 번 나오긴 하는데 이 말은 1972년 유신헌법에서 처음 등장했다. 유신헌법은 5·16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잡았던 박정희가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해 국회 강제해산 등의 초법적·불법적 행위를 저질러서 만들었다.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은 독재자 박정희가 우리헌법에 억지로 구겨넣은 유신잔재일 뿐이다.
☞ 관련기사|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026.html

결국 수구세력이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란 이념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가치나 원칙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한민국 헌법이 증명해주는 셈이다.

2019년 7월 16일 화요일

'꽃'의 발음

유튜브채널 KBSEntertain의 《개그콘서트》 코너 「불편한 진실」 (2013.05.19 방영분)

외모 때문에 놀림을 받던 회사원이 퇴사한 뒤에 미녀로 변신해 같은 회사에 재입사하는 코메디 설정에서 꽃을 보고 대화하듯이 말하는 대사가 나온다.

"꽃아, 오늘 하루도 행복하자! 너두 나두 화이팅!"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를 비꼰 코메디는 아주 재미있다.

그런데 위 대사 중에 이 말 한 마디가 거슬린다.

'꽃아 [꼬사]'

'꽃'의 표준발음은 [꼳]이고 '꽃이', '꽃을', '꽃은'이라 쓸 때에 각각 [꼬치], [꼬츨], [꼬츤]이라고 발음한다.

'꽃아'의 표준발음은 [꼬사]가 아니라 [꼬차]가 된다.

그러나 [꼬사]를 [꼬차]로 고쳐 발음해도 여전히 어색하고 이상하게 들린다.

우리가 평소에 꽃에다가 '-아/-야'같은 조사를 붙여 부르지 않는 까닭이리라.

관객을 감정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연기란 점을 감안해 '꽃' 대신 '꽃들'이나 '장미' 같은 다른 말로 바꾸면 그제서야 대사가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① 꽃들아, 오늘 하루도 행복하자!

② 장미야, 오늘 하루도 행복하자!

'잃어버리다'와 '잊어버리다'

KBS-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중에서 (2019년 7월 7일 방영)

나은이 동생 건후가 사자를 구경하다가 사자굴 앞 연못물에 신발을 빠뜨렸다.

결국 신발을 되찾지 못하고 나은이가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

"건후가 이저버려써!"

그런데... '잃어버렸어'라고 나오는 자막을 어린 나은이는 '잊어버렸어'라고 말한다.

나은이가 누구한테 배웠는지 모르지만 표준어에서 '잃어버리다'와 '잊어버리다'는 구별하여 쓴다.

'잃어버리다'는 [이러버리다]라고 발음하고 다음과 같이 사용한다.

① 지갑을 잃어버렸어!

② 나라를 잃어버린 백성

반면 '잊어버리다'는 [이저버리다]라고 발음하고 다음과 같이 사용한다.

① 걔 이름을 잊어버렸어!

② 주소를 잊어버려서 편지를 못 써!


※ 네이버 사전에 나오는 '잃어버리다'의 방언(전라북도)

잃어분지다, 잊어부리다, 잊어부르다, 잊어번지다, 잃어번지다

2019년 5월 17일 금요일

'인싸' 와 '아싸'

출처:PixaBay

'인싸'와 '아싸'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의 뜻이 'insider', 'outsider'라는 걸 최근에야 처음 알게 되었다.

사람을 'insider', 'outsider'로 구분하는 것도 건강하지 못한 사회심리의 반영이라고 생각하지만 젊은이들이 은어처럼 쓰는 말을 지금 우리사회가 무책임하게 유행어로 남발하는 문제를 더 지적하고 싶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말과 글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싸', '아싸'는 어떤 계층이나 세대에게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말일 수 있다. 뜻을 모르는 사람은 대화와 소통에 장애가 생기거나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 영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언론이 하는 버릇(예를 들어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수력원자력'을 '기재부', '금감원', '한수원' 식의 줄임말로 쓰는 따위)을 따라 줄임말로 만들어 쓰는 일은 우리말이 가진 장점과 아름다움을 해치는 바람직하지 못한 언어습관이다.

이런 신조어의 문제점을 경계하고 어법에 맞는 우리말로 순화해 사용하는 우리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KBS2TV 《해피투게더》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 미디어에서 목격하는 '인싸'와 '아싸'의 의미가 말하는 사람에 따라 결이 조금씩 다르게 쓰인다. 어쩌면 사람들에게 이 말이 빠르게 퍼지면서 의미확대나 의미파생이 이루어진 결과인지 모른다. 

;핵심 vs 주변, 중심 vs 외곽, 주류 vs 비주류, 인기있는 vs 인기없는, 다른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사람 vs 다른 사람들과 따로 놀거나 외떨어져 있는 사람, 유명인 vs 범인(凡人), (능력 이나 인맥 따위가) 좋은 사람 vs 보잘 것 없는 사람 등등...


2019년 1월 2일 수요일

자세요 vs 주무세요

SBS 드라마 《가면》 (2015) 중에서

테레비에서 종영한 옛날 드라마를 다시 보는 재미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인상적인 장면을 반복해서 돌려보거나 드라마가 나왔던 그 때 그시절의 감성에 젖기도 하고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의 단역 모습을 가끔 발견할 때도 있다.

드라마 《가면》은 백화점 판매사원으로 사채 빚독촉에 시달리는 여주인공이 재벌 후계자인 남자 주인공을 만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사랑과 행복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로 예쁜 수애를 보는 매력이 있다.

그런데 《가면》에서 귀에 거슬리는 잘못된 표현의 대사가 나온다. 호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남녀 주인공이 잠자리에 대해 서로에게 어색하고 서툰 배려를 하는 알콩달콩한 로맨스 장면에서 등장한다.

여자 주인공: "시트 새로 깔아놨으니까 편하게 자세요."

남자 주인공: "긴말 하기 싫으니깐 그냥 침대에서 자세요."

'(잠을)자다'의 높임말은 '주무시다'다. 높임표현을 쓰고 싶으면 '~주무세요'라고 하는 게 맞다. 젊은 부부·연인 사이의 대화로 '주무시다'가 부자연스럽다면 그냥 '~자요'라고 써도 된다. (원래 해요체가 높임의 뜻이 있으니까!)

남녀 주인공의 애정신에서 '자세요'란 잘못된 단어가 몇 차례 되풀이 되는 바람에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대사를 고쳐보자.

여자(지숙): "시트 새로 깔아놨으니까 편하게 주무세요."

남자(민우): "긴말 하기 싫으니깐 그냥 침대에서 자요."

말을 제대로 쓰니깐 듣기에도 편하고 좋다.

SBS 드라마 《가면》 (201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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