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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일 금요일

가난과 놀이, 일, 교육

출처 : PIXABAY

이 책은 흔히 말하는 '어록(語錄)'입니다. 그런데 '이오덕 어록'으로 하기에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더 알맞은 말이 없을까 궁리한 끝에 '말꽃'이 가장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오덕 선생님 말씀 가운데서 꽃처럼 돋보이는 말씀을 간추려 놓았다는 뜻입니다. 이런 뜻으로 '이오덕 말꽃'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 《이오덕 말꽃모음》 (2014) 중 펴내는 글에서

내가 처음 읽은 이오덕 선생님의 책은 '우리 말글 바로 쓰기'에 관한 책이었다. 한길사에서 만든 《우리글 바로쓰기》 시리즈가 나오기 전에 비슷한 내용의 책이었는데 책이름은 잊어버렸다. 책이 나온 지 한참 지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배우고 익힌 글의 상식 · 말글 지식을 완전히 뒤엎는 큰 가르침처럼 느껴졌다.

그 책에서 내가 기억하는 이오덕 선생님의 맡씀은 이랬다. 글은 작가처럼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글짓기'가 아니라 '누구나' 자기 삶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글쓰기'다. 좋은 글일수록 삶이 우러나는 글이고 삶이 우러난 글은 민중이 일상에서 쓰는 익숙한 말로 되어서 쉽고 간결하다. 선생은 김유정의 소설들을 좋은 글로 꼽았다. 반면, 박태원의 『천변풍경』을 지식인이 멋부리는 글솜씨로 지은 글이라고 평했다.

일본식 한자말, 영어식 표현, 인터넷 줄임말,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는 신조어 따위가 우리 언어생활에 얼마나 깊게 침투해 있는지도 지적하였다.

오랜만에 이오덕 선생님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동네에 있는 시립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에 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생각해 둔 책이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빌려온 책은 이 책 《이오덕 말꽃모음》이었다. 생각해 둔 책을 찾다가 예쁜 연두색 표지로 된 이 책이 눈에 띄었다.

200쪽 정도의 분량에서 40여 쪽을 읽었다.

간결한 글의 말투가 인상적이다. 딱 부러진 생각에 주저함이 없다고 할까? 이오덕 선생님은 생전에 신문을 읽다가 우리 말글의 오용(誤用)을 발견하면 그 기사를 쓴 기자가 근무하는 신문사로 직접 찾아가셨다는데...  그런 삶의 태도를 가진 분이 하는 말의 무게가 느껴진다.

우리가 옳게 살려면 한 가지 각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착하게 살고 정의롭게 살고 인간답게 사는 길은 지금 봐서는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 《이오덕 말꽃모음》 (2014) 중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사람은 일을 하는 가운데서 세상의 모든 이치를, 사람다운 감정을 몸으로 배웁니다.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것, 이것이 진짜 교육이지요. 책을 읽고 머리로 배우기만 해서는 병신이 됩니다. 이런 병신은 병신 된 그 사람만 불행한 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그 해독을 아주 크게 퍼뜨립니다. 우리 교육은 온통 병신 인간만 만들어내고 있다고 보는데, 지나친 생각일까요?

- 《이오덕 말꽃모음》 (2014) 중 「병신 만들기 교육」

여러분은 공부하기를 좋아합니까? 일하기를 좋아합니까? 교실에서 청소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아주 장난을 치면서 재미있게 합니다. 일을 놀이같이 하는 어린이들은 참으로 슬기롭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놀이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놀이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공부, 이렇게 되어야 사람에게 이로운 일이 되고 참공부가 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일을 괴로운 것으로 만들어놓았고, 그래서 일하기가 싫도록 해놓았어요. 어른들은 모두 바보입니다.

- 《이오덕 말꽃모음》 (2014) 중 「놀이와 일과 공부」


▣ 뒤적거린 책|
《이오덕 말꽃모음》, 이오덕 글, 이주영 엮음, 단비 (2014.12.10 초판 2쇄본)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소양정(昭陽亭)

소양정에 올라 바라본 소양강변 풍경

집 가까운 곳에 소양정(昭陽亭)이 있다. 산책이나 운동삼아 걷기엔 안성맞춤인데 오랜만에 이 곳을 찾는다. (이렇게 좋은 풍광을 가까이 두고도  자주 못 찾는 건 평소 불안과 무기력에 짓눌려 사는 내 가난한 마음 탓이리라.)

집에서 10~20분 걸어가면 소양정을 오르는 돌계단 입구에 이른다. 입구 옆에는 친일파 이범익 단죄문을 비롯한 비석군(碑石群)이 있다.

오늘(26일)은 비석군 주위를 새롭게 가꾸는 모양이다. 사내 서넛이 있는데 한 쪽에선 팔을 걷어 붙여 삽질을 하고 다른 쪽은 측량기를 옆에 놓고 무언가를 의논중이다.

돌계단을 몇 차례 밟고 소양정을 오른다. 제 몸을 방 안에만 가두고 사는 늙고 약해빠진 샌님은 고작 계단 오르는 일에도 숨이 거칠어졌다.

계단 맨 꼭대기 마지막 단을 밟고 올라서자 탁트인 소양강변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눈앞에 나무들 너머로 소양강 강줄기, 하늘색과 분홍색으로 칠해진 소양2교, 흰색의 강변 아파트가 모두 보인다.

가빴던 숨이 고르게 잦아들자 소양정 사방을 천천히 둘러 본다. 익히 몇 번 왔던 곳이지만 되새김질 하듯 새삼 주변을 구경한다.

소양정 전경

소양정 바로 옆에 누각의 내력이 적힌 안내문이 있다. 안내문은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이요루(二樂樓)라고도 불리는 소양정은 이미 고려시대 문헌에 등장하는 누각으로 조선 인조 때 춘천부사 엄황이 정자를 수리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선시대 때 홍수로 잃은 것을 한번, 한국전쟁 때 불에 타서 없어진 것을 다시 원래 있던 데서 옮겨 1966년에 지금 여기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때 춘천을 두 번이나 다녀간 다산 정약용의 흔적도 남아 있다. 다산의 춘천여정을 추억하는 다산길과 그의 소회를 적은 시문 가운데 한 편을 소개한 안내문이 그것이다.

소와 말은 나룻가에 서 있고
모래톱 물 다시 잔잔해지는데
풍경은 도읍에 가까워지자
넓게 트이어 험난한 곳 없고
강이 둘러싼 정자 성대하며
산은 멀고 평평한 들 넓구나...

다산길 안내문 (소양정 앞)

소양정이란 정자 하나를 둘러싼 풍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45년과 1950년의 역사 한 순간도 기록하고 있다.

1945년의 일은 '윤공용성영세불망비'다. 비석에 새겨진 이름의 뜻은 '윤용성 공(公)의 영세를 바라고 그를 잊지 않기 위해 세운 비석' 정도 되겠다. 1971년에 쓴 안내문에는 중앙초등학교 전신인 '춘주학교'라는 사학을 세운 윤용성이라는 사람을 기념해 1945년 학교 학부형들이 봉의산록에 세운 것을 이 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1950년 6·25전쟁 중 소양교를 넘어오는 북한군과 교전했던 '공병중대전적지'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6사단 7연대에 소속된 공병1중대는 보병 지원을 위해 대부분 출동하였고 남은 1개 소대병력이 지금 위치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전차를 앞세운 북한군에 맞서 소총과 기관총으로 격렬하게 싸웠다고 한다.

윤공용성영세불망비 /  공병중대 전적지 (왼쪽부터)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만세》

출처:PIXABAY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 서문에는 저자 강신주 씨가 한 대학 강연에서 겪은 이야기 하나가 소개된다.

강연에서 저자는 '김일성 만세'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김수영 시인의 미발표작 한 편을 먼저 읽었다고 한다.  그러자 저자의 강연을 들으러 온 수많은 관객의 표정에 당혹감과 불쾌감이 내비쳤다고 한다. 저자는 관객들의 이 반응을 불안심리로 해석했다. 반공을 국시로 알고 북한을 우리 사회의 적대세력으로 수십년 간 배우고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체제 경계선에 놓일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 저자가 시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시를 쓴 사람이 한국현대문학에서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김수영' 시인임을 밝히고 나자 그제서야 청중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 강신주 씨는 이 경험을 통해 냉철한 자유정신을 가졌던 시인 김수영의 존재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의 시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의 감수성이 그의 인문정신조차 쫓아가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청중들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자, 나는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괴로웠다. 김수영이 시를 쓴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내면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허탈했다.
-강신주, 《김수영을 위하여》중에서

그 때문일까?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과 금권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가운데 자유정신과 비판정신을 가진 살아있는 지식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주류사회가 죽은 지식을 답습하며 그들만의 학벌을 쌓는 데만 열을 올리는 사이에 학문과 지식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유튜브나 팟캐스트의 정직한 욕설보다 못한 신세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는지.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 김수영 '김일성 만세' (1960) 전문, 《프레시안》 2012년 7월 2일 기사 재인용


▣ 뒤적거린 책|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지음, 김서연 만듦, 천년의 상상 (2012.04.23 초판 1쇄본)

▣ 참고자료|
-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86773.html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67849

2019년 12월 18일 수요일

하찮은 범부(凡夫)의 정치 단상(斷想)

출처:PIXABAY

2019년 한 해가 저문다. 2017년 봄, 이명박·박근혜의 개판 정치가 막을 내리고 천만 촛불집회의 민심을 등에 업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지금 새정부 3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나같이 힘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변화의 훈풍(薰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정치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내 삶과 한참 동떨어진 권력투쟁의 장일 뿐 여전히 답답하다.

지금이라도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현정부가 마음을 새로 다잡고 개혁과 적폐청산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 수구세력과 피할 수 없는 싸움을 각오하고 투쟁전선에 나서야 한다.

혹시 이런 생각이 현실정치의 복잡한 내막을 모르고 떠드는 하찮은 범부(凡夫)의 철없는 소리일까?

일개 범부(凡夫)의 단견(短見)은 이렇다. 정의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의 지지를 받는 정치세력이 현재 대통령의 권력과 국회 제1당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답답한 정국에 놓여있다는 건 그들의 정치적 한계나 무능함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2019년 11월 20일 수요일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공정한 정의사회가 교육개혁의 답!!

유튜브 《한남시사TV》가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 편에서 대학입학전형인 수시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교육개혁 담론 중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 (2019. 11.18, Youtube)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돈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 사회

김선생: 어... 이런 게 있어요. 되게 나이브(naive)한... 생각이 뭐냐면... 어... 입시제도를 바꾸면 돈 많은 사람이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

정은애비: 아니,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돈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죠.

김선생: (그렇지!) 어떤 걸 해도 돈 많은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어요. 그니까... 예를 들어서 인제... 뭐 체육을 수행평가를 해. 줄넘기를 시켜. 돈 많은 사람은 선생 붙여요.

-----중   략-----

김선생: 그니까 결국 어쨌든 간에 그거는 열외로 하자, 라는 게 나는 훨씬 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건데...

-----중   략-----

정은애비: ....그니까... 이 대학하고 직업을 선택하는 걸... 이, 이걸 분리시켜주면 된다... 그러면 뭐 서울대를 없애네, 뭘 없애네... 이런 게 다 의미 없는 얘기라고...!

김선생: 어, 씨발! 소름! 내가 옛날부터 하던 얘기가 그 얘기거든.

정은애비: 아, 그래?

김선생: 응. 무슨 얘기냐 하면... 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인제... 그 모순 중에 하나가... 어... 블루칼라 노동자는 인력난이 있어... (정은애비: 응.) 구할 수가 없어. 근데... 그... 젊은 20대 30대 애들은 취업난이야.

정은애비: 그렇지.

-----중   략-----

김선생: 이게 약간 미스매치(mismatch)거든. (정은애비: 응.) 왜 그런가 하고 보니까 대학진학률이 90%야. (정은애비: 응.) 그럼 대학 진학을 한 다음에 얘네가 미쳤다고 블루칼라를 할려고 하겠느냐고? (정은애비: 그니까.) 그러니까 화이트칼라 직업군만... 어... 계속 갈려고 하는 거지?

정은애비: 응.

김선생: 그럼 이제... 공고... 예전에 공고죠. 흔히 말하는 공고에... 상업계열의 학교들을 특화시켜서 정부에서 취업을 보장해 주자는 거야.

정은애비: 그렇지!

김선생: 그래서... 그런데 취업의 퀄러티(Quality)가... 처우도 좋고 (정은애비: 그렇지!)... 너네 가 갖고 일년에 천만 원... 천 몇백만 원씩 학비를 4년 동안 쓰고 그리고 나서... 뭐 학자금 대출이든... 집에서 까먹었든 간에... 몇 천을 까먹을 때  얘네는 몇 천을 모으는 거야. (정은애비: 응.) 그럼 갭(gap)이 두 배로 벌어지잖아. (정은애비: 그렇지.) 그게 몇 년만 지나게 되면... 그럼 이제 대학진학율이 떨어지게 되거든.

정은애비: 그렇지!

김선생: 근데... 대학진학율이 떨어지는 게 그럼 안좋은 거 아니냐... 아이, 좋은거야. 왜냐하면... 불필요한 대학이 너무 많거든.

정은애비: 대학들도 좀 망해야 되고... (김선생: 그렇지!) 공부할 애들만 대학에 가야되는데...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에서 인용한 뉴스영상 (2019. 11.18, Youtube)


공부 따로 취업 따로, 둘을 분리하도록 사회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생각을 해야

정은애비: 공부랑 취업은 분리를 해줘야 돼! (김선생: 그렇지!) 공부는 열심히 하는 거가 좋은 거야. 경쟁을 시키는 게 무조건 안 좋다는 게 나는 이해가 안돼!

-----중   략-----

김선생: ...그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굉장히 건전한 게 뭐냐면... (중략)... 정말 아무리 좋은 이상을 갖고 만든 제도라고 하더라도... 이게 왜곡되고 오염돼 갖고 불공정한 사례가 많이 접수된다 그러면 차라리 모두가 공정하게 생각할 수 있는 정시를 확대하는 게... 그게 맞겠다...

정은애비: 맞아, 맞아!

김선생: 어, 그렇게 하자... 그러면... 돈 있는 얘들만 학원 다니고 사교육 받아갖고 더 잘할 거 아니냐... 지금도 그러고 있어.

정은애비: 모든 제도는 돈 많은 사람한테 유리해요. 내가 볼 때는 돈 많은 사람한테 불리한 제도를 만들 수가 없어. 그니까 아까 처음부터 그냥 하위로 해가지고 역배점을 주든가... 그러면...

김선생: 그래서... 인제 우리 얘기한 게... 근본적으로 그럼 뭐냐면... '어, 내가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데... 괜찮다' 라고 하는 시스템... 그 제도적인 시스템...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바꿀 생각을 해야지, 계속해서 좋은 대학을 나온 얘들이 좋은 직장을 갖고 걔네가...

정은애비: 그거는 변화시키... 그거는 안 바뀌고 (김선생: 그거는 안 바뀌어!) 계속 이상한 거만 바꾸니까...말이 안되는 거야...

김선생: 그러니까... 그 부모가 예를 들어서 맞벌이고 그 소득수준이 되게 높지 않으면 그걸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뭔가를만들어 줄 수가 없거든.

-----중   략---

정은애비: ....대학 가는 거랑 좋은 직업 갖는 거를 분리시켜 주자는 거지. 힘든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게 맞지 않아요?

선생: 맞지!

정은애비: 근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잖아!

김선생: 그치!

정은애비: 덜 힘든 일을 할 수록 돈을 더 많이 버는 거 같애... 쓰읍... 지랄들 할려나? 흐흐흐...

김선생: 조심해라!

정은애비: 누구? 흐흐흐....

김선생: 흐흐흐... 적게 일하면서 돈 많이 버는 놈, 조심해라!

정은애비: 하여튼 좀 많은 거 같이 느껴지구... 그니까 어떤 이... 그... 연봉이나 월급의 차이가 너무 나는 게 아닌가...? (김선생: 맞아요.) 하는 일에 비해서...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 (2019. 11.18, Youtube)


공무원이 꿈인... 늙은 사회

김선생: 나는 예전에... 어... 제가 외국생활 좀 하구 한국에 들어왔을 때...

정은애비: 아이고야...

김선생: 좀 있어 보이지? 하하하...

정은애비: 응. 있어 보여! 하하하...

김선생: 나, 외국파다! 하하하...

정은애비: 하하하... 너, 목소리 바뀐다. 목소리 바뀐다, 너.

김선생: 제가 외국에서 생활하고 국내에 왔을 때... 그니까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더라고. 어... 해외하고 한국하고 가장 큰 차이점을 들으라고 하면 뭘 들겠냐... (정은애비: 응.) 그래서 나는 뭐라고 얘기했냐하면... 스무 살 이전의 행동에 대해서 한국은 평생 책임 지고 살아야 된다.

정은애비: 그렇지. 수능 한번으로... 씨발, 인생이 이렇게 결정되는 나라가 어딨어?

-----중   략-----

김선생: ...그래서 보니까 어렸을 때 내가 다른 거 땜에 공부를 열심히 안 했어. (정은애비: 안했거나 못했거나.) 못했거나. 아니면 뒤늦게 머리가 틔였어. 근데 그 책임을 평생 지고 살아야 된다는 거야.

정은애비: 그러니까 난 그런게 너무 지랄같은 게... 우리나라는... 제 얘긴데... 흐흐... 사업을 하다 망했어. 재기가 불가능해, 진짜!

-----중   략-----

김선생: 그래, 망하면 재기 안 되지! / 정은애비: 재기 안돼!

-----중   략-----

김선생: 그래서 다 공무원이 꿈... 요즘 애들... 얼마나 짜증나냐 하면... 안타까운 거야. 꿈이 공무원이야.

정은애비: 하아... 그니까 이 공무원이 꿈인 사회는 정말 늙은 사회인 거 같거든. 뭐, 꿈도 없고...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에서 인용한 뉴스영상 (2019. 11.18, Youtube)


미래 세대가 희망을 품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정은애비: ...근데 그것도 있어. 우리나라는 어떤 꿈이 생길만 하면 짓밟는 것도 있어. 예를 들면... 이건 좀 안좋은 예일 수도 있는데... 비트코인에 애들이 막, 막... 몰려들고 개판이 났어. 근데 그거를 죽일 생각만 하는 거지. 지금도 마찬가지야. 유튜브나 이런 거 있잖아. 어떻게 보면 예전 가치관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직업들이 생겨난 건데 '어, 이거 너무한 거 아냐'... 이거 규제할 생각만 해, 자꾸. 그니까 그게 아니라 신종... 직업이나 그런 것들이 나왔을 때 그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키울 생각을 해야 되는데, 자꾸 규제할 생각만 한다는 거지.

김선생: 그치 그러니까 20대, 30대 남자 지지율이 떨어졌던 두번째 정도 되는 거 중에 하나가 비트코인이지.

정은애비: 어, 비트코인. 그니까 나는... 물론 걔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해. 투자를 좀... 이거 저거 해보다 보면 비트코인 만큼 위험한 게 없거든. 근데 얘들이 볼 때는... 그게... 오죽하면... 인생의 사다리였던 거야, 그게! 지들이 볼 때는!

김선생: 마지막 남은 사다리라고 생각했는데... 얘네가 이해한 관점에서 보면... 직접 들은 얘기도 있고... 그 사다리 잡고서 꾸역꾸역 올라갈라고 했더니... (중략) ...사다리... 그 마지막 남은 사다리를 걷어찬 거야.

-----중   략-----

김선생: 그래서...조금은... 뭐가 있냐면... 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정말 현장에서 어떤지 모르는데... 그니까 특히, 입진보들...

정은애비: 으응...

김선생: 마치... 교육... 그니까...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교육문제에 대해서 내가 지지하는 발언을 우리 진영 내에서 할 수가 없어. 그건 마치 자한당 애 같은 취급을 받는 거야. '야, 어쩔 수 없어. 돈 있는 애들이 성공할 수 밖에 없어!' 걔네랑 너네랑 게임이 안되니까 걔네를 늘 공정한 틀 안에 넣을려고 하지 말고 걔네는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인정을 해버리자는 거야. 그리고 나머지가... 공정하게 만들 생각을 해야 현실적인 어떤 제도가 나오지... 마치 이건희 손자, 이재용 아들하고 내 아들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라고 하는 환상을 갖고 있는 거야.

정은애비: 음... 그... 공정한 경쟁에서 비롯... 그니까... 공정한 경쟁을 얘기할 때 다른 걸 난 얘기하고 싶은데... 뭐냐면... 공정한 책임... 그니까 이건희 아들이든, 이건희 손자든 간에 뭐...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했어. 그럼, 좆돼야 돼. 근데 걔들은 좆이 안돼... (중략) ...나는, 그런 거를... 그런 걸로 막...아야 될 거 같애. 그니까 걔들이 뭐... 나는 말을 갑자기 탈거야...말 타다 대학 가. 그걸 어떻게 막어? 돈 많은데... 그거는 못 막는 거지... (중략) ...근데, 얘가 음주운전 했어, 마약 했어... 그럼 그걸로 조져야지. 그걸로 조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그나마 사람들이 덜 빡칠 거야. 근데... 내가 마약을 했어, 예를 들어. 난 좆되지. 그치만 이건희 손자는 좆이 안 될거라고!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에서 인용한 뉴스영상 (2019. 11.18, Youtube)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영화 《광해》:이병헌이 보여준 정치리더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다시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저런 정치리더가 이끌고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월이의 슬픈 가족사연을 듣는 하선

사월 : 소인의 아비는 산골 소작농이었사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관아에서 세금으로 전복을 바치라하여...

하선 : 농사꾼에게 전복이라니......? 그래서?

사월 : 고리를 빌려 세금을 메우다 보니 빚이 빚을 낳게 하고 결국 집과 전답마저 빼앗기고 아버지까지 옥살이를 하게 되었나이다.  (하선 : 어허, 저런?) 그걸로도 갈음이 되지 않자 어머니와 동생은 변방 노비로 팔리고 저는 참판댁집 몸종으로... (하선 : 이런 나쁜 놈들!) 혼자 남은 아버지는 결국... 맞은 장이 화근이 되어 해를 넘기시지 못하시고 그만...

하선 : 에이, 이런 좆같은...!

조내관 : 전하!

하선 : ...어매가 안 보고 싶으냐?

사월 : ...생사만 알아도... 원이 없겠사옵니다.

하선 : 그래, 내 왕노릇 끝나기 전에 니 어미를 꼭 만나게 해주마. 약조하마.

사월 : 망극하옵니다. 망극하옵니다, 전하!

부당하고 부패한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

신료들의 반대에 맞서 대동법의 즉각 시행을 명령하는 하선

하선 : 내 분명 대동법을 실시할 방안을 마련하라 했을 텐데...

박충서 (이조판서) : 전하! 하루 아침에 결수대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지주들의 피해가 이루 말할 수가 없사옵니다. 그들 또한 백성이온데 어찌 차별을 두겠나이까?

하선 : 땅 열 마지기 가진 이에게 쌀 열 섬을 받고 땅 한 마지기 가진 이에게 쌀 한 섬을 받겠다는 게, 그게 차별이오? 백성들은 스스로 노비가 되고 내시가 되는 판에 기껏 지주들의 쌀 한 섬 때문에 차별 운운한단 말이오?

탐욕스럽고 악독한 기득권세력에 맞서 과감한 개혁정책을 펼 수 있는 사람.

무고하게 고문받는 유정호를 친국하는 하선

하선 : 풀어줘라. 이 자는 죄가 없다!

신료들의 중전 폐위 주장에 강하게 맞서는 하선

하선 : 그대들은 내게 조강지처를 개처럼 내팽겨치라하고 그걸 법도라 가르치는 게요?

사월의 죽음으로 드러난 독살계획의 배후를 잡아오라고 명하는 하선

하선 : 도부장!

도부장 : 예, 전하!

하선 : 절도사를 포박해 오라!

허균 (도승지) : 전하...!

하선 : 따르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참하라!!

불의에 맞서 용감하게 싸울 줄 아는 사람.

하선, 나인들, 도부장, 사월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민중의 눈물을 닦아주고, 민중을 웃게하며, 민중이 지지하는... 그런 사람을 우리사회 정치리더로 만나고 싶다.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기레기' 말고 '똥기자' 어떨까요?

기자와 검사가 기소 사건을 두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년 방영한 MBC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

엄중한 시국이다.

민주개혁세력과 수구기득권세력의 일대격전이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사안들이 여전히 조국 장관 가족의 검찰수사와 언론보도에 묻혀버리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가 이렇게 조국 이슈에 휘말리게 된 데는 검찰의 부당한 정치적 수사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정국에 맞서 개혁과 적폐청산의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투쟁적으로 돌파하지 못함에 답답함을 느낀다.)

어제도 조국이슈 보도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문제제기와 검찰·KBS의 반박논쟁이 뜨거운 얘깃거리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나는 한편으로 말과 글에 대한 안타까움과 갈증을 또 한번 느낀다.

만약에 우리 사회의 언어생활이 '삶에 밀착하여 민중에게 쉽고 익숙한 언어를 쓴다'는 철학을 관철하고 있었다면 조국 이슈를 보도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기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금보다 훨씬 더 명료해질 수 밖에 없을 테고 우리 국민들이 이 사안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훨씬 더 수월했으리란 생각이다.

하지만 청산되지 않은 우리사회 질곡의 역사처럼 그 사회의 습성이 고스란히 투영된 우리의 말과 글 역시 비틀리고 병들어 있는 게 현실이다.

비단 제도권과 주류사회뿐만 아니라 민중이 일상에서 쓰는 삶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기레기'라는 단어 하나만 짚어보자.

언론의 공정·진실보도 책임을 저버린 채 권력에 아부하고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기자와 언론을 비꼬는 민중의 언어다.

처음엔 이 낱말의 뜻을 아는 사람들조차 적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치만 나는 여전히 이 단어를 쓰는 데 개운치 않은 찝찝함을 느낀다.

'기레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주의를위한변호사모임', '기획재정부', '문화체육부', '해양수산부' 같은 낱말을 '민노총', '민변', '기재부', '문체부', '해수부' 식으로 줄여쓰는 얼빠진 지식인 나부랭이의 버릇과 닮아 있다.

이런 줄임말 버릇은 우리말 어법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글자수를 줄이는 데 급급한 나머지 뜻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말어법에 맞게 고쳐쓴다면 '민노총', '민변', '기재부', '문체부', '해수부'가 아닌 '민주노조연맹', '민주변호사모임', '재정부', '문화부', '해양부' 정도의 줄임말로 뜻을 쉽게 구별하도록 쓰는 게 옳다.

'기레기'라는 줄임말 역시 '기자쓰레기'나 '쓰레기기자'로 뜻을 구별하기 쉽게 쓰는 게 바람직하다.

굳이 음절수를 줄여쓰고 싶다면 우리말 어법에 맞는 낱말을 새로 만들어 쓰면 된다.

가령 '기레기' 말고 '똥기자' 정도의 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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