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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5일 토요일

호두 롤빵과 핫도그 6개

휴... 힘들다.
어디서나 편하고 효율적으로 내 감정과 생각을 일기장에 쓸 수 없을까?
프로그램을 찾고 MS사의 'ONE note'를 알게되고 무료 설치방법을 찾고...
하지만 결과는 영문판프로그램에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족시키지도 못하고...
그러다 다시 구글 블로그 서비스로 돌아오고, 이제 겨우
포스트 별 비공개 설정이 아니라 블로그 자체를 비공개 블로그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아직 어제 쓰고 싶던 일기 한 줄도 못썼는데 토요일 하루가 꼬박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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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힘들다. 도망쳐버리고 싶다.
58호를 발행하고 이번 주부턴 시간과 일에 쫓기는 근무를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또다시 변변한 취재 한번 없이(제야의 타종행사, 민노총 시무식 쫓아간 게 다다.) 일주일을 보냈다.

게다가 선배기자와 불편한 대화...
편집기술, 기사작성에 대한 선배의 생각? 선배의 조언? 선배의 지적?

불편했다, 솔직히. 입으로는 "아니오, 아니오"와 "앞으로 더 열심히"를 얘기했지만.
동의하지 못하는 생각들이 상당부분 있었다.
그러나 난 너무도 쉽게 '네'를 말하고 너무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선배와 대화가 끝나고 예전처럼 또 멍해졌다.
'뭘 해야하는 거지? 분명 시간은 부족하고 할 일은 태산같이 많은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선배기자와 행정직인 신위원님이 같은 사무실 안에 있는 것도 신경쓰였다.
 그들이 뭐라는 것도 아닌데 난 불편하고 신경쓰였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를 그들이 아니오, 아니오, 이렇게, 이렇게 할까봐
두려웠다.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할 수 없었다.
난 겁쟁이(겁을 집어먹고 아무것도 도전 못하는 사람)...

겨우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인터뷰요청 메일 작성과 정보공개청구 사이트에 자료청구를 하고, 신위원님이 부탁한 우편물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우체국에 들르고 점심을 사먹고 은행에 들러 몇년을 사용안한 계좌들을 정리하러 나섰지만 시간이 모자라 은행 한군데를 들르지도 못하고 은행업무를 다 보지도 못했다.

돌이켜보면 대단한 것도 아닌 일을
겁에 질리고 주눅이 들고 남의 눈치를 보느라 계획대로 마무리 짓지도 못하고 하루가 갔다.

오늘 하려고 했던 산업단지 인터뷰 계획도 제대로 구상과 준비도 못하고...

젠장...

두려운 마음과 씁쓸한 마음을 품은 채 멍하니 거리 위에 서있었다.
집에 가기엔 아직 기본퇴근시간인 6시가 안됐는데...
그냥 집에 가면 나중에 책 잡히지 않을까?

뭔가 나중에라도 질책이 들어오면 변명할만한 명분과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마음도 몸도 갈팡질팡하다가 5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시간도 되고 이 정도 시간이면 귀가하더라도
선배기자나 회사 식구들에게 책 잡히지는 않겠다 싶었다.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본 핫도그와 호두 롤빵을 샀다.
월급을 탄 지 아직 겨우 닷새쯤 됐는데 벌써 40여만원을 썼다.
그런데 또 먹을 것을 산다면 누나가 뭐라 그럴까...?
하지만 고심끝에 사기로 했다.

치과 치료비, 오곡 빚, 운전면허 비용 등을 생각해 매월 40만원을  저금하고
식비, 교통비, 휴대폰 요금 등을 생각하면 허투루 쓸 돈이 별로 없는 셈인데...

그래도 빵을 사기로 했다.
이번이 주전부리를 사는 이번달 마지막 날이라고 한 게 엊그제였던 거 같은데
나는 또 빵을 사기로 한 것이다.

세끼 밥을 꼬박 챙겨 먹었는데 왜 나는 허(虛)해지는 것일까?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풀고 있구나, 난.

씁쓸했다.
오늘 할 일을 또 내 일로 미룬다는 부담감으로 마음도 무거워졌다.


(2013. 1. 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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