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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9일 수요일

'푸르다'와 '파랗다'

'푸르다'는 무슨 색을 가리키는 낱말일까?

우리는 하늘, 산, 바다의 빛깔을 모두 '푸르다'란 말을 써서 사용한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라고 말할 때 '푸르다'는 파란색을 뜻한다. ☞ 창공(蒼空), 창해(蒼海)

그런데 푸른 산이라고 말하면 '푸르다'는 녹색, 초록색을 의미한다. ☞ 청산(靑山)

엄연히 다른 두가지 색을 '푸르다'란 낱말의 의미로 모두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쓰임이 괜찮은 걸까?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색깔을 나타내는 다른 말을 보자.

'빨갛다'는 말의 뜻을 분홍색과 섞어 쓰지 않는다.

'노랗다', '파랗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 뜻을 각각 주황색이나 보라색과 섞어 쓰지 않는다.

유독 '푸르다'만 전혀 다른 색깔인 파란색과 초록색의 뜻을 섞어 쓰고 있다.

원래 '푸르다'는 초록색의 의미를 가진 말이었는데 일부 지식인들과 출판인쇄물에서 파란색의 의미로 잘못 쓰면서 이런 오용이 굳어졌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설득력있게 들린다.

말의 효용면에서도 이런 의미의 혼란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

파란색은 '파랗다'로, 초록색·녹색은 '푸르다'로 쓰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파란 하늘. 파란 바다

푸른 산. 푸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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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으로 시작하는 동요가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바닷물 빛깔이 이 동요에서처럼 초록빛으로 보일 때가 있다. 이 때에는 '푸른 바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푸르다'란 낱말의 의미로 '파랑'과 '초록'을 모두 쓰는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바닷물이 녹색으로 보이는 것은 빛의 산란에 의한 자연현상일뿐, 우리가 관념으로 인지하고 있는 일반적 의미의 바다는 '파란 바다'이지, '초록색'을 뜻하는 '푸른 바다'가 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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