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목록

2019년 4월 21일 일요일

내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면?

파울루 벤투
(Paulo Jorge Gomes Bento,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I. 벤투호...... 답답하고 꽉 막힌 느낌
작년 8월에 부임한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그 동안 아시안컵대회와 평가전 8경기를 치렀다.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 평가전에서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출발한 벤투호는 새사령탑의 전술과 역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모으며 아시안컵 대회에 참가했지만 8강탈락이라는 큰 실망감만 안겨줬다.

아시안컵대회에서 벤투 감독이 보여준 경기내용은 아주 실망스러웠다.

윙백(측면 수비수)중심의 공격전술은 이렇다할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무디기만 했고 대표팀의 공격력은 상대팀들의 밀집수비에 고전했다. 16강 바레인과 경기는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치렀다.

우리 팀의 골이 없던 카타르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에서 결승골의 절반이 수비수(김민재, 김진수)로부터 나왔다. 한국팀을 대표하는 간판 공격수 손흥민은 한 골도 없었다.

상대팀의 역습에 조직력이 무너지며 대표팀이 당황하는 순간도 많았고 이승우 선수를 경기가 다 끝나가는 시점(바레인전 후반 44분, 카타르전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하는 용병술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시안컵대회가 끝나고 3월에 가진 평가전에서도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이강인, 백승호 등 어리고 역량있는 선수들을 포함한 평가전 선수명단을 발표하면서 대표팀의 변화와 쇄신의 기대가 있었지만 볼리비아, 콜롬비아 평가전에서 이들은 단 1분도 뛰지 못했다.

위력적이지 않은 좌우 풀백(full back) 중심의 공격전술은 여전했고 권창훈의 인상적인 공격력에도 볼리비아 결승골은 후반 막판에 이청용이 넣은 헤딩골이 유일했다.

콜롬비아전에서는 상대팀의 날카로운 압박축구에 고전하는 경기가 되자 벤투 감독은 평가전임에도 패전을 면하려고 극단적으로 수비수 다섯을 세우는 일명 '파이브백(five back)' 전술까지 들고 나왔다. 조현우 골키퍼의 환상적인 선방쇼가 없었더라면 패배가 자명한 경기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호평을 받던 벤투 감독 부임초기에도 칠레 평가전에서 우리 대표팀은 개인기량이 뛰어난 상대선수들의 압박축구에 맥을 못추고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그 경기로부터 현재까지 벤투호는 경기를 뛰는 선수와 전술의 변화가 거의 없다.

과연 이대로 계속 2022월드컵 준비를 벤투감독에게 맡겨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자꾸 생겨난다.

II. 내가 축구대표팀 감독이라면?
만약에 내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면 대표팀에게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① 쓰리백을 실험하라!

벤투 감독이 선발한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 정승현, 권경원, 박지수 (왼쪽부터)

유튜브 채널 『꽁병지TV』의 송종국 前 MBC 축구 해설위원은 벤투호의 수비전술로 쓰리백(three back)을 추천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포백(four back) 수비는 한국팀보다 개인기량이 뛰어난 유럽·남미팀을 만나면 효과를 보기 어려운 전술로 쓰리백이 훨씬 용이하고 한국선수들에게 적합하다고 말한다.

과거 히딩크 대표팀 시절에도 초기에 포백전술을 사용했다가 선수들의 전술 실행능력이 떨어져서 결국 쓰리백으로 전환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벤투호에서도 포백수비가 적절한 수비형태인지는 의문이다. 벤투감독은 수비전형을 포백으로 하는 동시에 좌우 풀백을 중심으로 하는 공격전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체력이 좋아 활동량이 많고 정교한 센터링 등의 킥력도 좋은, 출중한 윙백이 요구된다.

현재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 상대의 강한 압박에 빌드업(build-up)이 제대로 되지 않고 조직력이 흔들리면서 포백 수비가 별 힘을 못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공격에서도 주전 풀백인 이용, 홍철 등의 선수가 큰 실수 없이 좌우 윙백을 맡고 있지만 굳이 이들을 우리팀 주 공격 전술의 핵심으로 삼아야 하는가에는 의문부호가 생긴다.

② 기량이 좋은 미드필더를 두텁게 세워라!

문선민, 정우영, 백승호, 이강인, 권창훈, 이청용, 황희찬 (왼쪽부터)

체력도 좋고 개인기량도 출중한 선수들로 경기내내 경기장을 활발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을 두텁게 구성한다.

중앙미드필더진은 볼 키핑(ball keeping)이나 정확한 패스웍(pass work)을 구사하면서도 많은 활동량으로 인한 체력부담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여 훈련시킨다.

측면 미드필더들도 강한 체력이 뒷받침 되면서 빠른 발과 돌파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찾아 발굴한다. 가령, 문선민처럼 공수에서 빠르게 움직이며 부지런하게 뛰는 선수나 황희찬처럼 공격에서 돌파력이 좋은 선수를 충분히 선발한다.

③ 공격수의 효율을 극대화하라!

과감하고 날카로운 슈팅이 돋보이는 이승우 선수와 한국 대표 골잡이 손흥민 선수

지난 3월 축구 국가대표팀의 평가전을 앞두고 미디어들은 벤투 감독이 아시안컵 참패를 교훈으로 선수 기용과 전술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보도 중에 투톱(two top)으로 손흥민 선수와 이승우 선수 선발을 꼽았다.

언론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꽤 흥미롭고 매력적인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현재까지 벤투호에서 괜찮은 경기력의 황의조 선수를 제외하고 부진한 지동원과 출전기회가 적었던 석현준 정도가 최전방 공격수 자원의 전부였다. 물론 최근 평가전에서 손흥민 선수가 투톱으로 뛰긴 했지만 공격수 자원을 새롭게 재구성해서 골결정력과 득점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승우 같은 선수가 최전방 스트라이커(striker)로 선발출전하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승우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활약이나 대표팀에서 적은 교체출전시간에도 기회 있을 때마다 보여준 과감하고 날카로운 슈팅능력과 공격본능은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한국스포츠경제 http://www.spor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056
- TEAMtalk https://www.teamtalk.com/news/exclusive-liverpool-tottenham-arsenal-all-target-south-korean-defensive-star
- 풋볼리스트 http://www.footballis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279
- 동아닷컴 http://sports.donga.com/3/all/20180523/90202543/2
- 1분 카카오 https://1boon.kakao.com/MNM/football181009
-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5766
- 매일신문 https://news.imaeil.com/Sports/2018112814175686227
- 스포티비뉴스 http://www.spotvnews.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56386
- BBC닷컴 https://www.bbc.com/korean/news-44610446
-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sports/soccer/877140.html
- 경인일보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190322010009296
- YTN https://www.ytn.co.kr/_ln/0107_201809020000275857
-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414306
- 라디오코리아 https://www.radiokorea.com/news/article.php?uid=312828 (※연합뉴스 기사임)

2019년 4월 13일 토요일

국민기본소득제도가 나에게 주는 상상력

'기본소득'을 주제로 다룬 시사IN 제468호와 한겨레21 제1212호 표지

기본소득 (필자 주|基本所得: unconditional basic income, Citizen's Income, basic income guarantee, universal basic income, universal demogrant)국가 또는 지방자치체(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기본소득은 세 가지 점에서 기존 생활보장제도와 다릅니다. 첫째, 기본소득은 보편적 보장소득입니다. 즉 국가 또는 지방자치체(정치공동체)가 모든 구성원들에게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둘째, 무조건적 보장소득입니다. 즉 자산 심사나 노동 요구 없이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셋째, 개별적 보장소득입니다. 즉 가구 단위가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출처: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

기본소득제도가 대한민국에서 실현된다면 우리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① 인간의 기본생존권을 보장한다.
어느 시민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지금 당장 실행한다면 한 사람 당 3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만약 나에게 매달 30만원의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정말 많은 삶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아니, 5만원만 생겨도 삶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가령, 라면을 산다고 치자. 보통 라면의 시중가격이 아주 저렴하거나 비싼 것을 제외하면 5개들이 한 팩(PACK)에 3,000~4,000원 하니까 3~4만원이면 50개의 라면을 살 수 있다.

먹을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하루에 한 번 이상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며 한 달을 버틸 수 있다. 굶어죽는 일과 같은 극단적인 비극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단돈 5만원으로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셈이 된다.

② 인간의 사회관계를 확장한다.
기본소득으로 돈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사회활동이 늘어나고 사회와 접촉면이 넓어진다. 가정의 테두리를 넘어선 새로운 사회적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형성의 기회가 주어진다.

나 같은 경우, 기본소득을 휴대폰이나 인터넷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 나가서 그들과 사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 수도 있고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다가 카페에 들러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머리를 깎으려고 동네 미용실에 갈 수도 있고 집안에 못 고치고 내버려뒀던 생활소품을 새로 사려고 시내 대형마트로 외출할 수도 있다. 아니면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하다못해 돈이 없어 자주 못가던 동네마트를 몇 번 더 다녀올 수도 있다.

이렇게 집밖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거리를 오가며 사람들과 부대끼는 경험을 통해 지치고 무기력해진 삶의 태도를 환기할 수 있다. 

③ 자유·평등·연대의 사회가 가능해진다.
기본소득을 최저생계수준으로 보장할 수 있다면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몇 가지를 상상해 보자.

i) 모든 사회구성원의 기본생존권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면 생계에 목이 매여 어쩔 수 없이 불의에 타협하거나 굴욕적 복종을 강요받지 않아도 된다. 힘센 자·가진 자의 비리, 갑질횡포, 조직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질서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ii) 사회의 갈등을 줄이고 조정하는 힘이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부의 공익사업과 개인의 재산권이 충돌하는 문제나 노사정(勞使政)같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다루는 난제들도 사회가 개인의 최저생계를 기본적으로 보장하면 첨예한 대립보다는 양보와 타협의 가능성이 커지고 원만한 해결을 도모하게 될 것이다.

iii) 사회구성원의 건강 수준이 높아질 것이다. 건강을 위협하면서까지 장시간 강도 높은 노동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병원에 갈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병을 악화시키는 일도 사라진다. 또 사회구성원들이 건강관리에 신경쓰게 되면 공공의료보험의 재정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iv)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이 바뀔 것이다. 사회 모든 구성원의 기본적인 생존권이 보장되면 돈과 물질이 아닌 사람의 인격과 됨됨이를 중시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정의로운 사람, 덕 있는 사람, 타인의 삶에 공감하고 의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존중받고 대접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v) 집단지성의 힘이 발휘되는 민주주의 사회를 꿈꿀 수 있다. 노동에 얽매이는 시간이 줄어들면 개인의 삶과 사회에 대해 주체적으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인생에 대한 통찰과 사회적 시선이 깊어지면 정치권력·언론·학계의 권위가 만들어내는 정치 프레임과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비판적 사고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리고 사회구성원 각자의 자유로운 창의성과 생각들이 강력한 집단지성으로 고양될 때 자유·평등·연대의 민주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출처】 pixabay

추천 게시글

영화 《광해》:이병헌이 보여준 정치리더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다시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저런 정치리더가 이끌고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월이의 슬픈 가족사연을 듣는 하선 사월 : 소인의 아비는 산골 소작농이었사옵니다. 그런데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