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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영화 《광해》:이병헌이 보여준 정치리더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다시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저런 정치리더가 이끌고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월이의 슬픈 가족사연을 듣는 하선

사월 : 소인의 아비는 산골 소작농이었사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관아에서 세금으로 전복을 바치라하여...

하선 : 농사꾼에게 전복이라니......? 그래서?

사월 : 고리를 빌려 세금을 메우다 보니 빚이 빚을 낳게 하고 결국 집과 전답마저 빼앗기고 아버지까지 옥살이를 하게 되었나이다.  (하선 : 어허, 저런?) 그걸로도 갈음이 되지 않자 어머니와 동생은 변방 노비로 팔리고 저는 참판댁집 몸종으로... (하선 : 이런 나쁜 놈들!) 혼자 남은 아버지는 결국... 맞은 장이 화근이 되어 해를 넘기시지 못하시고 그만...

하선 : 에이, 이런 좆같은...!

조내관 : 전하!

하선 : ...어매가 안 보고 싶으냐?

사월 : ...생사만 알아도... 원이 없겠사옵니다.

하선 : 그래, 내 왕노릇 끝나기 전에 니 어미를 꼭 만나게 해주마. 약조하마.

사월 : 망극하옵니다. 망극하옵니다, 전하!

부당하고 부패한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

신료들의 반대에 맞서 대동법의 즉각 시행을 명령하는 하선

하선 : 내 분명 대동법을 실시할 방안을 마련하라 했을 텐데...

박충서 (이조판서) : 전하! 하루 아침에 결수대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지주들의 피해가 이루 말할 수가 없사옵니다. 그들 또한 백성이온데 어찌 차별을 두겠나이까?

하선 : 땅 열 마지기 가진 이에게 쌀 열 섬을 받고 땅 한 마지기 가진 이에게 쌀 한 섬을 받겠다는 게, 그게 차별이오? 백성들은 스스로 노비가 되고 내시가 되는 판에 기껏 지주들의 쌀 한 섬 때문에 차별 운운한단 말이오?

탐욕스럽고 악독한 기득권세력에 맞서 과감한 개혁정책을 펼 수 있는 사람.

무고하게 고문받는 유정호를 친국하는 하선

하선 : 풀어줘라. 이 자는 죄가 없다!

신료들의 중전 폐위 주장에 강하게 맞서는 하선

하선 : 그대들은 내게 조강지처를 개처럼 내팽겨치라하고 그걸 법도라 가르치는 게요?

사월의 죽음으로 드러난 독살계획의 배후를 잡아오라고 명하는 하선

하선 : 도부장!

도부장 : 예, 전하!

하선 : 절도사를 포박해 오라!

허균 (도승지) : 전하...!

하선 : 따르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참하라!!

불의에 맞서 용감하게 싸울 줄 아는 사람.

하선, 나인들, 도부장, 사월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민중의 눈물을 닦아주고, 민중을 웃게하며, 민중이 지지하는... 그런 사람을 우리사회 정치리더로 만나고 싶다.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기레기' 말고 '똥기자' 어떨까요?

기자와 검사가 기소 사건을 두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년 방영한 MBC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

엄중한 시국이다.

민주개혁세력과 수구기득권세력의 일대격전이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사안들이 여전히 조국 장관 가족의 검찰수사와 언론보도에 묻혀버리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가 이렇게 조국 이슈에 휘말리게 된 데는 검찰의 부당한 정치적 수사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정국에 맞서 개혁과 적폐청산의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투쟁적으로 돌파하지 못함에 답답함을 느낀다.)

어제도 조국이슈 보도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문제제기와 검찰·KBS의 반박논쟁이 뜨거운 얘깃거리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나는 한편으로 말과 글에 대한 안타까움과 갈증을 또 한번 느낀다.

만약에 우리 사회의 언어생활이 '삶에 밀착하여 민중에게 쉽고 익숙한 언어를 쓴다'는 철학을 관철하고 있었다면 조국 이슈를 보도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기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금보다 훨씬 더 명료해질 수 밖에 없을 테고 우리 국민들이 이 사안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훨씬 더 수월했으리란 생각이다.

하지만 청산되지 않은 우리사회 질곡의 역사처럼 그 사회의 습성이 고스란히 투영된 우리의 말과 글 역시 비틀리고 병들어 있는 게 현실이다.

비단 제도권과 주류사회뿐만 아니라 민중이 일상에서 쓰는 삶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기레기'라는 단어 하나만 짚어보자.

언론의 공정·진실보도 책임을 저버린 채 권력에 아부하고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기자와 언론을 비꼬는 민중의 언어다.

처음엔 이 낱말의 뜻을 아는 사람들조차 적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치만 나는 여전히 이 단어를 쓰는 데 개운치 않은 찝찝함을 느낀다.

'기레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주의를위한변호사모임', '기획재정부', '문화체육부', '해양수산부' 같은 낱말을 '민노총', '민변', '기재부', '문체부', '해수부' 식으로 줄여쓰는 얼빠진 지식인 나부랭이의 버릇과 닮아 있다.

이런 줄임말 버릇은 우리말 어법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글자수를 줄이는 데 급급한 나머지 뜻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말어법에 맞게 고쳐쓴다면 '민노총', '민변', '기재부', '문체부', '해수부'가 아닌 '민주노조연맹', '민주변호사모임', '재정부', '문화부', '해양부' 정도의 줄임말로 뜻을 쉽게 구별하도록 쓰는 게 옳다.

'기레기'라는 줄임말 역시 '기자쓰레기'나 '쓰레기기자'로 뜻을 구별하기 쉽게 쓰는 게 바람직하다.

굳이 음절수를 줄여쓰고 싶다면 우리말 어법에 맞는 낱말을 새로 만들어 쓰면 된다.

가령 '기레기' 말고 '똥기자' 정도의 말...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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