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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일 월요일
2013년 1월 5일 토요일
호두 롤빵과 핫도그 6개
어디서나 편하고 효율적으로 내 감정과 생각을 일기장에 쓸 수 없을까?
프로그램을 찾고 MS사의 'ONE note'를 알게되고 무료 설치방법을 찾고...
하지만 결과는 영문판프로그램에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족시키지도 못하고...
그러다 다시 구글 블로그 서비스로 돌아오고, 이제 겨우
포스트 별 비공개 설정이 아니라 블로그 자체를 비공개 블로그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아직 어제 쓰고 싶던 일기 한 줄도 못썼는데 토요일 하루가 꼬박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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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힘들다. 도망쳐버리고 싶다.
58호를 발행하고 이번 주부턴 시간과 일에 쫓기는 근무를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또다시 변변한 취재 한번 없이(제야의 타종행사, 민노총 시무식 쫓아간 게 다다.) 일주일을 보냈다.
게다가 선배기자와 불편한 대화...
편집기술, 기사작성에 대한 선배의 생각? 선배의 조언? 선배의 지적?
불편했다, 솔직히. 입으로는 "아니오, 아니오"와 "앞으로 더 열심히"를 얘기했지만.
동의하지 못하는 생각들이 상당부분 있었다.
그러나 난 너무도 쉽게 '네'를 말하고 너무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선배와 대화가 끝나고 예전처럼 또 멍해졌다.
'뭘 해야하는 거지? 분명 시간은 부족하고 할 일은 태산같이 많은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선배기자와 행정직인 신위원님이 같은 사무실 안에 있는 것도 신경쓰였다.
그들이 뭐라는 것도 아닌데 난 불편하고 신경쓰였다.
내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를 그들이 아니오, 아니오, 이렇게, 이렇게 할까봐
두려웠다.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할 수 없었다.
난 겁쟁이(겁을 집어먹고 아무것도 도전 못하는 사람)...
겨우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인터뷰요청 메일 작성과 정보공개청구 사이트에 자료청구를 하고, 신위원님이 부탁한 우편물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우체국에 들르고 점심을 사먹고 은행에 들러 몇년을 사용안한 계좌들을 정리하러 나섰지만 시간이 모자라 은행 한군데를 들르지도 못하고 은행업무를 다 보지도 못했다.
돌이켜보면 대단한 것도 아닌 일을
겁에 질리고 주눅이 들고 남의 눈치를 보느라 계획대로 마무리 짓지도 못하고 하루가 갔다.
오늘 하려고 했던 산업단지 인터뷰 계획도 제대로 구상과 준비도 못하고...
젠장...
두려운 마음과 씁쓸한 마음을 품은 채 멍하니 거리 위에 서있었다.
집에 가기엔 아직 기본퇴근시간인 6시가 안됐는데...
그냥 집에 가면 나중에 책 잡히지 않을까?
뭔가 나중에라도 질책이 들어오면 변명할만한 명분과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마음도 몸도 갈팡질팡하다가 5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시간도 되고 이 정도 시간이면 귀가하더라도
선배기자나 회사 식구들에게 책 잡히지는 않겠다 싶었다.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본 핫도그와 호두 롤빵을 샀다.
월급을 탄 지 아직 겨우 닷새쯤 됐는데 벌써 40여만원을 썼다.
그런데 또 먹을 것을 산다면 누나가 뭐라 그럴까...?
하지만 고심끝에 사기로 했다.
치과 치료비, 오곡 빚, 운전면허 비용 등을 생각해 매월 40만원을 저금하고
식비, 교통비, 휴대폰 요금 등을 생각하면 허투루 쓸 돈이 별로 없는 셈인데...
그래도 빵을 사기로 했다.
이번이 주전부리를 사는 이번달 마지막 날이라고 한 게 엊그제였던 거 같은데
나는 또 빵을 사기로 한 것이다.
세끼 밥을 꼬박 챙겨 먹었는데 왜 나는 허(虛)해지는 것일까?
스트레스를 먹는 거로 풀고 있구나, 난.
씁쓸했다.
오늘 할 일을 또 내 일로 미룬다는 부담감으로 마음도 무거워졌다.
(2013. 1. 5. 토)
2012년 9월 9일 일요일
답답하고 한심하다
며칠전 "나는 꼼수다"의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합동취조회'를 들었다.
민주통합당은 우리나라 야당 중 득표율 1위의, 명실상부 야권 제1 정당이다.
당연히 수구매국노세력의 대통령후보와 대결을 펼칠 야권통합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이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 후보들의 식견을 듣고는 대단히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얘기해서 수구매국노세력에게 이번 대선이 절박함의 문제라면 이날 방송에 나온 경선후보들에게 대선이란
한낱 개인의 권력욕 정도인 것 같았다.
4대강 사업 댐(=보)을 폭파해야한단 목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흔쾌히 동의를 하는 후보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가 신중한 입장에서 타당성 검증과 손익심사 후 실행하겠다는 게 중론이었다.
한미FTA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폐기를 단정하는 후보는 없었다.
외교상 사정과 국가이익을 절충하여 최선을 찾겠다는 게 대답이었다.
또 왜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과거 자기들이 자랑할만한 정치이력이나 관료경력을 내세워 '내 출마 당위성이야 국민들이 잘 알지 않겠냐'하는 식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문재인 정도가 자신의 출마 변을 좀 설득력있게 말했다고 할까? 그들 중 제일 구체성과 기승전결이 있는 출마 이유였다.)
그들의 식견은 전략상 자로 재고 가위로 잘라낸듯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뿐이었다.
답답했다.
지금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끔찍한 세상이다.
세계 자살율 1위의 나라.
가계부채 1,000조에 해고가 곧 살인이 되는 나라.
용역깡패와 경찰이 사람에게 맘대로 욕하고 때리는 나라.
한진중공업, 강정마을, 용산철거, 쌍용자동차, 두물머리, 4대강사업, 한미FTA, 저축은행,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10·26부정선거(일명 'D-dos사건'), BBK, 청와대 불법민간사찰, 한일군사정보협정, 종편채널, 언론미디어 악법...
단죄하고 징치해서 바로 세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은 개판의 세상이다.
800만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거나 7년간 초중고 무상급식이 가능한 돈을 퍼붓고도 끝나지 않은 4대강 사업.
4대강 댐(=보) 폭파는 당연해 보인다.
ISD, 래칫, 네거티브 방식 개방, 스냅백 등 한국의 독소조항들로 가득찬 한미FTA협약.
한미FTA폐기도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그들은 '폭파'도 '폐기'도 단언하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것을 그들은 당연하게 말하지 않는다.
본심이 그 정도 수준 밖에 못되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그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이해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것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하는가?
(2012년 9월 9일 씀)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김정미와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
얼마 전 새롭게 알게 된 여가수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김. 정. 미. 40여년쯤 전에 노래를 부르던 가수다.
[사진: http://blog.nave.com/samoaz]
그런데 이 가수의 노래가 요즘 노래보다 더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들린다.
사실 요즘 음악의 주류를 형성하는 아이돌 그룹의 수많은 노래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가끔은 영어가 뒤섞인 랩과 빠른 박자감의 노래가 시끄럽게만 들릴 때도 있다.
물론 힙합과 댄스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내 감성이 가진 세대차와 개인차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김정미라는 이 70년대 가수는 내 굳어지고 미련해진 감성이 알아챈 매력보다 훨씬 더 엄청나게 대단한 가수였다.
내가 김정미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계기가 TV를 보다가였다.
가수들의 서바이벌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들이 부른 원곡을 듣고 싶어졌다.
인터넷을 뒤진다는 게 들국화, 시인과 촌장 그리고 김추자까지 찾아보게 되었고 그러다가 우연히 김정미라는 가수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김추자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인 몸놀림을 하면서도 김추자와는 다른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는 이 여가수가 궁금해졌다.
사실 김추자가 데뷔했을 때 내가 태어났으니 김추자의 인기와 파격에 대한 대부분의 이야기를 몇 편의 글과 노래, 영상으로 경험한 게 고작이다.
그래서 그렇게 오래 전에는 이미자, 남진, 나훈아 류의 트로트가 가요의 전부였으리라 상상하던 내게
김추자 말고도 이렇게 매력적인 가수가 또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사진: '한국 사이키델릭 록, 보컬리스트의 전설 김정미' DAUM블로그 「안개동산」]
김정미는 정신여자고등학교 3학년인1) 1971년, 이른바 신중현 사단에 들어오면서부터 가수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2)
사이키델릭록 보컬리스트라 불리는 그녀의 대표 음반이 '3집-바람(1973)'과 '4집-NOW (1973)'라는데, 내가 그녀의 매력을 느낀 노래가 바로 'NOW'에 실린 '봄'이다.
'사이키델릭 록'이 뭔지 몰라도 그냥 음악이 좋아서 듣고 있노라면 40여년전에 부른 그녀의 노래는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더구나 많은 젊은이들이 솔로가수 이선희의 노래로만 알고있을 '아름다운 강산'도
김정미의 노래로 들어보면 그 노래가 그냥 고음창법을 잘하는 가수가 부르는 국민가요 수준의 노래가 아니란 걸 금세 깨달을 것이다.
이런 감흥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다.
그녀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이런 그녀의 매력을 인정하고 있다.
김정미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1970년대 초를 대표하는 '한국적 사이키델릭' 여성 보컬이라 할 수 있다.
그녀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1973년의 두 앨범 '바람'이나 NOW'는 '한국적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정수'를 보여준 음반으로 평가받는다.
- 최지선 대중음악평론가1)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70년대 여가수 김정미의 LP(Long Play) 한 장, 촌스럽기 그지없는 앨범 재킷에 지직지직하는 LP 특유의 잡음까지 나는 음반 한장이 450만 원에 팔렸다면?그나마 이것도 없어서 못 파는 형편이라면?
가요 LP 수집 붐이 일고 있다.
- 동아일보 2002-06-291)
신중현 스스로 자신의 음악에 가장 부합하는 보컬리스트로 첫 손을 꼽았던 김정미는 몽환적 관능으로 무장한 한국 사이키델릭 록 음악의 새로운 역사를 열기에 충분한 자격을 지니고 있었다.
김정미 특유의 부유하는 듯한 목소리는 신들린 신중현의 기타 연주와 더불어 초월의 합일을 단숨에 이루어낸다.
그리고 아름다운 강산, 이 고금의 걸작은 김정미의 버전에 이르러 그저 '건전가요'가 아니라 꿈꾸는 듯한 도취의 아름다운 여행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이 앨범은 한국의 대중음악이 무려 삼십여 년 전에 어떤 위대함을 성취했는지를 알려주는 소중한 시금석이다.
- 강헌 대중음악평론가1)
70년대 당시 어떻게 이런 곡이 나올 수 있었는지 들을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명곡입니다.
- 허브뮤직 이승용1)
한국에 많은 음반들이 있지만 Now 음반은 단순 대중 가수의 음반을 떠나서 한때 세계를 풍미했던 히피 문화와 반전 문화에 그 뿌리를 둔 사이키델릭 음악이라는 점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사이키델릭 음반이 나온 점, 그리고 단순히 외국의 음악을 모방한 것이 아닌 한국적인 정서로 녹여 내서 재 탄생 시킨 한국 전통 민요 정서로 비벼 만든 한국의 락 명반이라는 점에서 Now 음반은 한국 대중 음악사적으로나 문화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사이키델릭 뮤직은 그녀에 의해 국내 처음으로 제대로 소개 되었다.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사이키델릭 뮤직이란 환각음악이 아니다.
히피사상의 궁극이 평화를 지향했듯 그녀의 음악 역시 마음의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 신중현 자서전 중에서......1)
이 뿐만이 아니다.
김정미 음반의 가치가 재발견되면서 복각 음반이 발매되기도 했으며3), 김정미 팬들에 의해 '김정미 헌정공연'이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4)
[사진: '한국 사이키델릭 록, 보컬리스트의 전설 김정미' DAUM블로그 「안개동산」]
그렇담 이렇게 매력적이고 노래 잘하는 가수인 김정미는 지금 뭘하고 있을까?
신중현이 배출한 또 다른 가수인 '펄시스터즈'나 '김추자'를 보면
가끔 TV에 나와 옛날 인기곡을 다시 부르기도 하고, 당대를 살던 사람들의 입에서 침이 마르도록 회자가 되던데...
[왼쪽 사진(펄시스터즈): http://www.lastfm.jp/music/The+Pearl+Sisters]
[오른쪽 사진(김추자):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okpark2010&logNo=40106349682]
김정미는 1977년 음반 발표를 마지막으로 음악계를 떠났고, 이후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그리고 기껏해야 몇년 전 그녀가 헌정공연에 대해 팬들에게 감사하며 사진 한 장을 보내준6) 게 최신 정보 정도가 된다.
[사진: '기적을 가능케 하는 마법같은 공간 블로그' NAVER블로그 「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여기서 질문 하나.
그렇다면 김정미는, '펄시스터즈'나 '김추자'와 달리 왜 이렇게 대중음악계에서 오랫 동안 잊혀진 가수가 된 걸까?
사실 그녀는 활동 당시에 '펄시스터즈'나 '김추자'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기 가수는 아니었다고 한다.3)
그러나 화려하게 꽃 피우지 못하고 접어야 했던 김정미의 짧은 가수 활동에는
인기 차이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 대중음악사의 안타까운 상처와 비극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사진: http://bbs.music.daum.net/gaia/do/musicbar/read?bbsId=M004&articleId=21785]
먼저 신중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ROCK의 대부'라 불리는 그가 김정미를 배출한 사람이다.
내가 좋아한다는 김정미의 '봄'도 그의 작사·작곡 작품이다.
그는 이정화, 펄시스터즈, 김추자, 장현, 박인수, 김정미 등의 가수들과 음악작업을 같이 하는 동시에
'애드포', '덩키스', '더멘', '신중현과 엽전들' 등의 밴드음악 활동을 꾸준히 하였고
'봄비', '찻잔', '님아', '님은 먼 곳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미인', '아름다운 강산' 등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은 많은 노래들을 발표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포크음악의 대모'로 불리는 양희은과 서유석 등 통기타 가수들과도 음반 제작을 하였고
8,90년대 '한국의 마돈나'로 불리는 김완선에게 댄스곡('리듬 속의 그 춤을')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음악활동은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았다.
가수후배들(한영애, 강산에, 이은미, 윤도현밴드, 김광민, 김목경 등)로부터 헌정앨범(A Tribute To 신중현, 1997)을 받거나7)
세계 유명 기타브랜드 '펜더(Fender)로부터 세계 6번째(Jeff Beck, Eric Clapton, Eddie Van Halen, Yngwie Malmsteen, Stevie Ray Vaughan, 아시아 최초 신중현) 헌정기타(2009)를 받았다.9)
또 그의 음악(J’ Blues 72)이 헐리우드 영화(Your Sister’s Sister, 2011)에 삽입10)되기도 하고
미국 음반사(Light in The Attic)에서 월드앨범(아름다운 강산: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 2011)이 출시10)됐으며
막장정권 MB정부마저 보관문화훈장(2011)을 줌으로써10) 그의 음악 인생을 인정하기도 했다.
[사진: http://blog.daum.net/jejuufo/15670000]
그러나 그에 대한 이러한 음악적 평가와 명예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1970년대 정치적 폭력 앞에 신음하며 고꾸라져야 했다.
그리고 신중현의 역경은 가수 김정미의 좌절을 동반하고 있었다.
신중현은 당시 정치권력으로부터 친일군사독재자 박정희의 '박정희 찬가'를 만들어 달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7)8)
당연히 음악인의 자존심으로서 그런 정치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신중현의 거절은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미움을 사는 계기가 된다.
1972년 국회를 강제해산하고 계엄령 선포, 유신헌법을 만든 박정희 정권은
대중음악계에서도 70년대 초부터 검열을 강화하여 금지곡을 양산하고 있었고
긴급조치 9호가 발령된 1975년에는 문공부가 나서서 아예 모든 대중가요를 재심사하며 222곡을 금지곡으로 지정했다고 한다.11)
이런 폭력은 신중현사단과 통기타 가수 등 이른바 '청년문화'코드로 불리는 이들에게 특히 치명적이었던 것 같다.
이장희의 '그건 너' - 가사가 퇴폐적이고 저속하다는 이유
한대수의 '물 좀 주소' - 물고문 연상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허무주의 조장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 - 저속한 가사
김민기의 '늙은 군인의 노래' - 군인들의 사기 저하
양희은의 '아침 이슬' - 가사 중 '태양'이라는 단어가 북한식 인사를 암시함
폴 앤드 메리의 '퍼프 더 매직 드레곤'(Puff the Magic Dragon)' - Puff라는 단어가 마약을 묘사했다는 이유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 불신조장
이외에도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 등은 유신정권 찬양을 위한 노래제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음반자체가 퇴폐로 규정됨12)
김정미 역시 저속한 창법 등의 이유로 금지곡을 당하거나 음반이 소각처리되는2)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70년대 정치폭력이 당시 대중음악의 심장에 결정적 비수를 꽂은 사건이 1975년 12월 '대마초 사건'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가수 등의 연예인들이 사회에서 범죄시 하는 '마약'을 복용한 도덕적 타락으로 비판하기 쉽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런 범주의 사건이 아니었다.
1960년대 후반 길바닥에 앉아서 피워도 단속 한 번 당한 적 없던 대마초가 하루아침에 범죄 도구가 되고,
사람을 거꾸로 매달아 물에 집어넣는 고문을 가하며 당대 대중음악 스타들을 범죄자로 옭아맸다,13) 박정희 정권이 끝날 때까지.
[사진: '대마초 파동 30년 청년문화 '해피스모크'에 데다' 한겨레]
여기서 다시 질문 하나 더.
박정희 정권은 왜 그렇게 그들에게 가혹했을까?
단순히 대중문화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한 독재자의 독선과 오만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박정희는 1971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를 100만표도 안되는 표차로 간신히 누르는 등 정치적 위기의식을 심각하게 느꼈고
거기에 미국의 패색이 짙어가는 베트남전(~1975)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닉슨정부 등으로
한미군사관계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졌을 것이다.
하여 박정희 정권은 국내외 정치환경이 이렇게 나빠지다보니
자신의 정권안정과 유지를 위해 좀 더 강력한 철권통치 방식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권의 불안감과 예민함에서 볼 때
인간의 자유의지를 음악적 감성으로 다양하게 막 꽃피우려는 대중음악계의 성장과 발전은
그들 정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 싹으로 자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달가울 리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마침 여기에 대마초가 그 뿌리를 뽑는 아주 그럴싸한 빌미가 돼 주었던 것이다.
결국, 박정희라고 하는 친일군사독재정권의 무자비한 정치폭력 아래에서
우리의 소중한 대중음악 시대는 그 싹을 건강하게 틔우지 못하고 비틀려진 채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
'한국 ROCK의 대부' 신중현과, 후대의 평가가 아닌 진정한 '사이키델릭 록 여제'가 됐을지도 모를 가수 '김정미'가 있다.
- 첨언:
요즘도 역사를 잘 모른 채 근거 없는 '박정희 향수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다.
또 박정희의 독재를 인정한다고 입으론 떠들면서도 근대화를 가져온 대통령 아니냐며 변호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보라.
당대 이렇게 뛰어난 음악인들을 문화적으로 살인하면서 우리의 감성과 대중문화를 난도질한 그를
아직도 그리워하는 이 사회는 정상인가?
(2012. 8. 20.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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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1) '내가 사랑했던 비운의 가수 김정미, 간다고 하지마오' DAUM블로그 「부에노의 사는 이야기」
3) '제2의 김추자, 김정미를 아시는가' 한겨레21 (352호, 2001. 4. 5)
4) '한국 사이키델릭 록, 보컬리스트의 전설 김정미' DAUM블로그 「안개동산」
5) '한국 사이키델릭 록의 여제 김정미 (봄)' 블로그 「핸디맨의 음악살롱」
6) '기적을 가능케 하는 마법같은 공간 블로그' NAVER블로그 「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7) '♣한국 ROCK계의 대부~ 신중현&The Man/아름다운 강산' DAUM블로그 우리사는 얘기
※ 밴드 이름, 철자 잘못으로 보임: The Man → The Men
※ 블로그 내용이 맥락, 표현, 단어 사용 등에서 주 8) 글의 인용으로 보임.
8) '신중현 - 임진모가 만난 사람' OIMUSIC 2002년 8월호
9) '락의 대부 [신중현] 펜더기타 헌정받다!' DAUM 뮤직 게시판 (냠냠 님)
10) '신중현 사운드의 50여년 기록...난 행운아' 연합뉴스 (2011. 11. 10 송고)
11) '70년대 청년문화와 금지곡의 시대' NAVER 블로그 MEGA PANT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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