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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3일 일요일

이상한 가치판단

20110703_02

어제, 누나의 차를 얻어 타고 치매로 병원에 계신 어머니 병문안을 오랜만에 가던 길이었다.
대형 마트(Mart)에 들렀다.
궂은 장맛비가 잠시 멈춘 하늘.
한 아가씨가 찐덕찐덕한 땡볕을 다 맞고 서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바쁘다.
'힘들겠다' 하는 생각에
“좀 더 생산적인 일을 시킬 순 없을까?”
하고 중얼거렸다.

오늘이 벌써 며칠짼가?
176일인가 며칠인가를 고사직전 크레인에 매달려 버티는 김진숙 누나가 생각나서인지
마트 정문 아가씨의 모습이 더욱 더 가볍지 않게 보였던 모양이다.
하여 그늘도 있고 의자도 있는 그런 일자리였으면 하는 바람을 순간 생각했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누나의 반응이 '새삼' 놀랍다.
“세상에 어디 돈 버는 게 쉬운 줄 아니?”

누나와 이것에 대해 더 이상 길에 얘기를 나누진 않았지만
-현재는 그럴 처지도 못된다-난 누나의 그 말이 아직도 자꾸 거슬린다.

누나도 삶이 팍팍하고 힘들어서 누군가 손을 벌리고 어깨를 기대어 오는 일에 날카로와지고 예민해진다.
그렇게 '삶이 힘들다'고 하는 누나가 왜 다른 이의 힘든 삶을 보면서
“그러게! 세상 사는 일이 왜 다 이 모양이냐!” 하며 한탄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여기서 누나 한 사람의 태도만을 갑갑해 하거나 안타까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어디 남의 돈 먹는 게 쉬운 줄 아니?”와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 팍팍하고 답답한 현실을 자기 돈 내가며 술 먹거나 밥 사먹으며 힘 약한 끼리끼리 뒷담화로 견디면서 말이다.

이상한 세상이고
이상한 가치판단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201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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