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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29일 월요일

감색, 곤색 그리고 군청색

지난 토요일 관심 깊게 읽은 한겨레신문 기사가 있다.

☞ 기사보기 "한겨레신문"

이인수 총장의 수원대 사학비리에 관한 연재기사인데 기사내용이 우리 주류사회의 추악한 민낯을 다루는 좋은 기사여서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다.

그런데 기사본문 중에 단어 하나가 눈에 거슬린다.


"이인수(64) 총장은 감색 양복 차림으로 재판 예정 시간보다 10분 일찍 법원에 도착했다."

여기서 이총장이 입고 법원에 갔다는 양복의 색깔인 '감색'이란 어떤 색일까?
인터넷 구글Google을 통해 적당한 사진을 검색해 본다.

감색 양복

내 어릴적 어른들이 '곤색'이라고 부른 색깔이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왕자표 크레파스'를 쓰던 그때 아이들은 이 색깔을 '군청색'으로도 불렀다.) 

그럼 '곤색'이 어떻게 '감색'이 됐을까? 곤색의 '곤-'은 일본말 'こんいろ(紺色)'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말의 한자인 '紺色'을 우리발음으로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감색'이다.

그러나 '곤색, 군청색'을 가리켜 '감색'이라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 '감'은 '감나무의 열매'를 말한다. 

나만 하더라도 '감색'이란 말을 평소에 잘 쓰지 않을뿐더러 과일 '감'의 주홍색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어른이 되어 '감색'이란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난 이 말이 어릴적부터 나한테 익숙했던 '곤색, 군청색'을 가리키는 낱말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의미의 혼동을 줄 수 있는 일본식 한자말 '감색'을 대신해 많은 사람들이 쉽고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고운 우리말로 바꿔 사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쪽빛
※ 군청색? 아니면 '짙은·진한 쪽빛' 같은 말 어떨까?

2016년 2월 27일 토요일

꽃이 꼬시 아니다

TV를 보다보면 방송 출연자들의 잘못된 발음이 귀에 거슬릴 때가 종종 있다.
생각나는 몇 가지가 이런 경우다.


① "솥에 물이 없어." → [ 소세 ]

② "꽃이 많이 피었네." → [ 꼬시 ]

③ "여기 무릎에  앉아봐." → [ 무르베 ]


모두가 잘못된 발음이다.

'솥, 꽃, 무릎'은 원래 한글표기 대로 [ 솥 ], [ 꽃 ], [ 무릎 ]으로 발음해야 한다.
그런데 말의 쓰임에 따라 발음이 다음과 같이 변화한다.


①* 솥(鼎, caldron): 솥 [ 솓 ], 솥이 [ 소치 ], 솥에 [ 소테 ], 솥을 [ 소틀 ], 솥만 [ 손만 ]
②* 꽃(花, flower):  꽃 [ 꼳 ], 꽃이 [ 꼬치 ], 꽃에 [ 꼬체 ], 꽃을 [ 꼬츨 ], 꽃만 [ 꼰만 ]
③* 무릎(膝, knee): 무릎 [ 무릅 ], 무릎이 [ 무르피 ], 무릎에 [ 무르페 ], 무릎을 [ 무르플 ], 무릎만 [ 무름만 ]


이러한 변화는 발음을 쉽게 하려는 경향 등의 여러가지 원인으로 일어난다. (이것을 학교에서는 끝소리규칙, 구개음화, 유성음화 등 국어의 음운규칙으로 배운다.)

그러나 TV 속 방송 출연자들의 언어에는 '솥에', '꽃이', '무릎에'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말 발음의 오용 사례가 빈번하다. TV가 우리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심히 걱정할만한 수준이다.

(☞ 여기서 잠깐!!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인 한글은 말소리를 소리나는 대로 온전히 적을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음소문자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우리말을 한글로 표기하는 방법은  한글맞춤법에 따라  '소리대로 적되 그 말의 본 모양을 밝혀' 적는 원칙을 적용한다.

한 예를 더 들어보자.

우리나라 유명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인 '헨리'의 이름을 많은 이들이 [헨니]라고 부른다. 캐나다 화교인 그의 본명이 Henry Lau라고 하니 그를 Henry[ Henri ]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상할 게 없다.

슈퍼주니어 헨리 (Henry Lau)
그러나 TV에서 대부분의 동료 출연자들이 그를 [ Henri ]가 아닌  [ 헨니 ]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Henry가 아닌 우리 글자로 된 '헨리'는 [ 헨니 ]라고 발음하는 게 적절치 않다. [ 헬리 ]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문리(文理)'라는 말을 [ 문니 ]가 아닌 [ 물리 ]라고 발음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분리(分離)', '윤리(倫理)' 같은 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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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겨울, 누나의 부탁으로 고3 수험생이던 조카에게 국어 문법에 대한 특별과외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있다.

국어 문법이란 평소 자신이 늘 사용하는 모국어인 한국어의 구조와 원리, 규칙들을 정리해 모아놓은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지금 현재 쓰고 있는 언어의 질서와 규칙을 이해하는 일이 왜 아이들에게 이렇게 까다롭고 복잡한 것을 배우는 공부가 되었을까?

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문란하고 혼탁한 언어환경, 즉 일본식 한자말과 외국어의 남용, 인터넷 은어와 비속어의 범람, 잘못된 우리말 신조어의 출현 같은 문제들 역시 아이들로 하여금  우리말글을 공부하는데 큰 해를 끼쳤을지 모른다.

TV 출연자들이 잘못된 발음으로 이야길 하고 글을 읽는 현상도 여기에 맥이 닿아있다고 본다. 일상의 삶에서 사회의 문란한 언어환경에 계속 노출되고 있는데도 실제 언어생활과 언어규범의 간극을 메우는 그 어떤 공교육이나 사회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불러온 결과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지금의 아이들이 그것을 답습하고 있다.



2016년 2월 24일 수요일

'개새끼'는 강아지가 아니다

‘개새끼’란 욕에 나오는 개는()’가 아니다.

여기서 쓰는-’쓸모없는, 보잘 것 없는이란 뜻으로 문법적 명칭은 접사다. ‘개새끼’, ‘개소리’, ‘개쓰레기같은 단어에서 쓰는-’는 쓸모없다는 뜻이다. ‘개떡’, ‘개폼 잡다에서는 볼품 없거나 보잘 것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팟캐스트를 듣다보니 이를()’로 오해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식견의 깊고 얕음을 떠나 매한가지다. 나라꼴이 엉망진창이다보니 그 사회의 언어교육조차 이 모양 이 꼴인가 보다.


제발 국어사전을 뒤져봐라. 인터넷에서도 자판 몇 번 두들기면 그 뜻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쓴 날: 2015년 12월 20일

출처: medium. Dec 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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