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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1일 수요일
[자유낙서⑪] 제발 내 남은 인생에서 꺼져주라!
50년 가까이 산 내 삶이란 게 여전히 비루하기 짝이 없다.
아침부터 팔십 먹은 모친이랑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다.
욕실에서 모친이 머리를 감고 있었다.
냄비에 물을 데웠는지 주방에 있어야 할 냄비가 욕실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냄비뚜껑이 평소 청소도 자주 안하는 좌변기에 버젓이 엎어져 있다.
위생관념 제로의 그 꼬락서니를 목격하자 그동안 은근히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폭발하려 한다.
'변기에 음식담는 그릇을 올려놓으면 어떡하냐', '온수가 나오는데 굳이 물을 데울 이유가 뭐냐'는 잔소리가 볼멘 목소리로 터져 나온다.
늙은 모친의 반항도 만만찮다.
내 입바른 소리에 사과 한 마디면 될 일을 그게 뭔 대수냐는 식으로 뻗댄다.
모친의 태도가 못마땅해 한소리 더했더니 '왜 나만 갖고 잔소리냐'고 응대한다.
다툼은 대충 그런 식으로 유야무야 끝났다.
속에선 풀리지 않은 불편한 심정이 앙금으로 남았다.
팔십 노인네와 말싸움하는 내 꼴이 한심하다.
'기껏 이 정도 분량 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싶어 쪽팔리기도 하다.
탈출하고 싶다!
이 너절하고 지긋지긋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님들아! 제발 내 남은 인생에서 꺼져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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