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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4일 수요일

대한민국 헌법에는 '자유민주주의(?)'가 없다

5·16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빼앗고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헌법을 만들었던 독재자 박정희 (1917~1979) 

'자유민주주의?' 이상한 말이다.

어릴적 학교 사회수업시간에 배운 민주주의 사회는 그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신체의 자유, 의사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같은 '자유'를 기본적으로 보장한다. '민주주의'라는 이념 안에 이미 '자유'라는 개념이 들어있다. 이는 '민주주의'라고 부르면 될 일에 굳이 '자유'라는 표현을 덧붙여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된다.

간혹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 사회주의'와 대비되는 하나의 이념(理念)이라거나 자유민주주의에서 말하는 '자유'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의미한다고 풀이하기도 하지만 근거가 약하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소리다.

공산주의 철학인 맑시즘에서 보면 '공산주의, 사회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은 '자본주의'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또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유지하는 다수의 부유한 유럽국가들에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모호하고 실체가 불분명한 개념이 아닌, '사회민주주의'라고 하는 명확한 정치적 입장과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가진 막강한 정치세력이 실존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란 이 괴상한 말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규정하는 이름으로 공공연하게 쓰인다. 주로 반공(反共)과 남북냉전 논리를 내세우는 수구(守舊) 정치세력의 입장, 테레비 토론에 나오는 수구(守舊) 논객의 언사(言辭), 박근혜탄핵을 반대했던 태극기집회나 북한에 삐라를 띄웠던 탈북민단체의 집회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떠들어대는 자유민주주의(?)는  대한민국 사회를 규정하는 이념이나 이름이 될 수 없다. 우리사회의 가치와 원칙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만 보더라도 이 점은 분명해진다.

현행 대한민국헌법 전문(全文)에서 '민주' 또는 '민주주의'를  검색하면 모두 11개의 단어(4·19민주이념, 민주개혁, 민주공화국, 민주주의 원칙, 민주평화통일, 민주적, 민주화)가 나온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란 단어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와 비슷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두 번 나오긴 하는데 이 말은 1972년 유신헌법에서 처음 등장했다. 유신헌법은 5·16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잡았던 박정희가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해 국회 강제해산 등의 초법적·불법적 행위를 저질러서 만들었다.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은 독재자 박정희가 우리헌법에 억지로 구겨넣은 유신잔재일 뿐이다.
☞ 관련기사|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493026.html

결국 수구세력이 내세우는 '자유민주주의'란 이념은 우리 사회가 합의한 가치나 원칙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대한민국 헌법이 증명해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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