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나고 답답한 하루였다.
지난 한 달 동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보도가 170만 건이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세월호침몰' 사건은 24만 건, '최순실국정농단' 사건은 11만 건이라고 한다. 언론의 이러한 조국 의혹보도 광풍(狂風)은 자유한국당 공세와 압수수색으로 시작한 검찰의 수상한 정치적 개입이 더해져 미디어에서 우리사회 가장 큰 정치현안이 되었다. 한반도 평화와 북미회담, 우리의 식민지역사문제와 일본의 경제침략전쟁, 자주적 외교노선을 위한 남방외교정책 등 한국사회의 다른 중요 현안은 이슈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 |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공동취재사진) |
어쩌다 이리 되었을까?
문재인 정부초기, '최순실국정농단', '양승태사법농단', '군기무사내란음모'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의 관련자들을 샅샅이 수사해 응분의 처벌을 신속히 하고 '이명박근혜정권'시절 권력에 아부하던 언론부역자들을 솎아내고 언론방송환경을 정화하며 개혁적 인사로 사회전반에 걸친 과감한 개혁정책을 펼쳤다면 오늘날 민주개혁세력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이런 현실이 벌어졌을까?
![]() |
《PIXABAY》 |
무능한 정치판과 언론의 저질행태에 답답해진 속을 스포츠라도 좀 시원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지만 어젯밤(5일) 축구대표팀 벤투호는 엉망진창 경기를 치렀다.
3-5-2 포메이션과 백승호, 이강인의 선발 출전은 칭찬하고 환영할만한 일이었지만 선수의 기용과 역할에는 의문이 생겼다. 중원을 유기적 플레이로 장악해야 할 미드필더 5명 중 한 명의 선수로 수비수 김진수를 세우는 게 최선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권창훈을 최전방이나 측면 공격수가 아니라 공간을 살펴 공을 콘트롤 하고 패스를 뿌려줘야 할 중앙 미드필더로 쓰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손흥민과 투톱 조합을 이루는 최전방 한 자리는 주전공격수 황의조나 요즘 중국리그에서 대활약 중이라는 김신욱이 아니라 오랜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이정협에게 맡겼다. (이번 대표팀 선발명단에서 이정협은 현재 경기력이 별로 좋지 않다는 전문가의 평이 많았다.) 결국 벤투호는 졸전에 졸전을 거듭한 끝에 경기 결과 2대 2로 겨우 패전을 모면했다.
![]() |
조지아와 평가전을 치르기 하루 전인 9월 4일 기자회견하는 벤투 감독 |
나는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으로서 벤투의 능력과 역량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엉망진창 경기력보다는 축구전문 유튜브채널들에 달린 댓글 때문에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선수기용과 전술에 반복적인 문제가 드러나는데도 벤투 비판을 한국인의 냄비근성이라고 '이제는 선수구성과 전술을 바꿔도 문제냐'는 식으로 힐난하며 벤투를 무조건 옹호·두둔하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 |
2019년 6월 18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진행된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협약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와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
오후엔 씁쓸한 소식이 하나 더 들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검찰의 항소심 재판에서 300만원 벌금형 선고를 받으며 1심 무죄판결이 뒤집혔다. 애초에 검·경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고 말이 많았던 재판이었고 1심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아 무난한 재판과정을 예상했는데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나는 이재명 도지사를 차기 대통령선거에 도전하는 유력정치인 중에 가장 개혁적인 인물로 꼽는다. 이지사의 정치머슴론과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철학, 19대 대선에서 발표했던 토지보유세 신설과 기본소득 공약, 청년배당·공공건설 원가공개·닥터헬기사업·지방화폐 활성화·계곡유원지 불법시설물 철거 등의 성남시와 경기도 개혁정책들을 생각해 보라. 그런데 이런 좋은 정치인이 자꾸 이렇게 호된 시련을 겪는 것이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늘 모르는 택배를 하나 받았다. 작은 매형이 몰래선물로 보내준 오메기떡인데, 답답한 세상을 바라보는 내 가난한 삶에 큰 위로와 힘이 돼준다.
P.S. 정의롭고 자유와 평등이 넘치는, 행복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
▶ 사진 출처|
-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8836.html
-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90904173400007
- 청년의사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9451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