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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19일 목요일

《경제의속살》(19.09.09~09.11):정의에 목마른 한국사회

2019년 9월 16일 유튜브채널 《김용민TV》에 김용민PD가 진행하고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가 출연하는 《경제의속살》 주간종합편 (2019.09.09~2019.09.11)이 올라왔다.

이번 종합편에서는 행동경제학의 다양한 '공공재게임'실험과 그리스 경제학자이자 재무장관이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Γιάνης Βαρουφάκης)의 책 《작은 자본론》, 조국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과 반공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행동경제학의 공공재게임 모형과 무임승차 구조

이완배 : 공공재게임은 무임승차를 연구할 때 많이 다루는 이론인데요,  살다보면 꼭 남들은 다 열심히 하는데 아무 기여도 안하다가 얍실하게 성과만 쏙 빼먹는 자들이 있죠. 이걸 무임승차라고 부릅니다. 공공재게임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모르는 사람 다섯 명을 모아놓고 각각 만 원씩 공돈을 나눠줍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한테 '당신 지금 받은 공돈 만 원 중에 일부를 떼서 공공금고에 기부할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근데 이 게임의 묘미는 기부를 하면 돈이 불어서 간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공돈으로 받은 만 원 중에 오천 원을 공공금고에 기부하겠다고 하면 그 돈은 오천원이 아니고 두 배인 일만 원으로 불어서 공공금고에 저장이 되는 거죠. 그리고 게임진행자는 나중에 공공금고에 모인 돈을 다 거둬서 누가 얼마를 기부했건 상관없이 다섯 명에게 정확히 오분의 일씩 나눠줍니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이 게임에서 제일 좋을 거 같은 방법은 다섯 명이 전부 다 만 원을 깔끔하게 공공금고에 맡기는 거죠. 이러면 다섯 명이 맡긴 돈은 오만 원이지만 공공금고에 맡긴 돈이 갑절로 불기 때문에 저장된 돈은 십만 원이 됩니다. 그리고 이 십만 원을 다시 다섯 명에게 똑같이 나눠주기 때문에 일인당 이만 원씩을 챙길 수 있습니다. 요 모형은 서로 믿고 협력하면 훨씬 큰 소득을 얻는 그런 모형입니다.

근데 이 게임을 해보면 꼭 얍실이가 등장을 해요. 공공금고에 자기는 한 푼도 안 내고 그 만 원을 탁 챙겨 넣습니다. 그리고 기다리죠. 만약에 나머지 네 명이 다 착한 사람이어서 만 원을 다 기부를 하면 이제 팔만 원으로 불어서 공공금고에 들어가 있겠죠. 그리고 그 팔만 원을 다시 다섯 명에게 똑같이 나눠주니까 일인당 팔만 원의 오분의 일 즉 만 육천 원씩 돌아옵니다. 이러면 애초에 만 원을 안내고 버틴 그 얍실이는 자기 돈 만 원도 챙기고 공공금고에 남들이 헌신적으로 기부한 성과 중에 오분의 일을 또 챙겨갑니다. 총 이만 육천 원을 가져가죠. 그니까 자기도 기부했으면 이만 원만 가져갔을 텐데 얍실이 짓을 해서 총액 이만 육천 원을 가져갑니다. 요런 얍실이들이 바로 사회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고 공공의 성과를 가로채는 무임승차자들인 겁니다. 우선 여기서 하나 확인해 볼 건 실제 이 게임을 해 보면 만 원을 흔쾌히 다 내는 사람도 있고요, 한 푼도 안내는 얍실이도 있습니다. 그니까 인간은 이기적인 놈들도 있고 테레사 수녀님 같은 분도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여러 사람들의 평균을 내보면 얼추 한 50% 정도를 기부하는 걸로 나옵니다. 평균이 그래요. 그니까 사람들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을 믿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평균 50% 정도를 낸다는 겁니다. 근데 웃긴 게 이 실험을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유난히 기부를 안하는 그룹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자인 제럴드 마웰이라는 뉴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1981년에 이 실험을 위스콘신 주립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적이 있어요. 위스콘신대학은 미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대학교죠. 미국에서 최고 대학들을 아이비리그라고 부르는데, 뭐 다트머스, 하버드, 펜실베이니아... 뭐 이런 대학들인데요. 얘들은 다 사립대학이거든요. 그래서 공립대학 중에 아이비리그에 필적할 만한 명문을 퍼블릭 아이비, 그니까 공립 아이비라고 부릅니다. 위스콘신이 여기에 포함된 명문대학교입니다. 근데 마웰 교수는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명문대 경제학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한 거죠. 그랬더니 이 자식들이... 공공금고에 기부금이 평균 20%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일반인들은 50%나 내는데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한 놈들일수록 출세에 가까운 놈들일수록 돈을 더 안내고 얍실이 짓을 더 많이 한다는 거죠.

한국현대사에서 수많은 민중들의 투쟁이 있었잖습니까? 그리고 그 민중들의 투쟁은 공공의 이익, 공공의 선을 위한 투쟁이었죠. 우리가 그 추운 겨울에 촛불집회를 나간 건 나한테 뭐가 생겨서가 아니었잖아요. 이게 바로 공공금고에 기부하는 민중들의 협동정신 같은 겁니다. 투쟁을 통해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이승만을 무너뜨리고 박정희·전두환을 쫓아내면 한국사회가 민주화가 되고 공공의 이익이 커져서 구성원들이 두 배 이상 행복해지는 거죠. 어떤 이들은 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공과 협동의 투쟁에 아무런 기여도 안하고 그 동안 자기 이익만 막 챙기다가 나중에 투쟁을 통해서 세상이 발전하면 그 이익만 쏙 빼먹는 개떡같은 무임승차자들이 한국사회에 있습니다. 여러 명... 여러 분야가 있는데 저는 대표적인 직종으로 검사들을 꼽습니다.

김용민 : 검사...

이완배 : 네... 청취자 여러분 혹시 검사들이 무슨 투쟁에 참여했다는 얘기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김용민 : 뭐, 지들 밥그릇 위협 받으면은 그때 뭐 전국... 검사회의 그런 거는 하드만요, 보니까...

이완배 : 그니까 자기 밥그릇 빼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요... 촛불집회 때, 4·19 혁명 때 이럴 때 검사들 나왔다는 얘기 못 들어봤잖아요.

김용민 : 개별판사들이 그런데 동참하거나 그 내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경우... 뭐 서지현 검사라든지, 임은정 검사라든지 그런 분들은 종종 봤죠, 사실은...

이완배 : 네, 그러면 아주 일부분을 제외하고 촛불 집회나 이런 것에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건 못 보죠?

김용민 : 아이휴... 뭐 그런 건 기대도 안 하고...

이완배 : 그렇죠? 이게 만약에 공무원이라서 못했다... 진짜 까는 소립니다.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까?

김용민 : 그렇습니다.

이완배 : 그러니까 이 자들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라는 공공 공과(?)에 역사적으로 땡전 한 푼 기여한 바가 없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지들은 남들이 목숨 바쳐 투쟁할 때 법전 열라 외워서 출세길을 찾은 사람들이죠. 이게 공돈 만 원 받으면 일단 호주머니에 꽁쳐두는 겁니다. 그리고 공공금고에 사람들이 협동을 통해서 돈이 모였을 때 그걸 나눠 받을 때에는 그 혜택은 다 받아가죠. 근데 민주화의 성과는 검사들도 똑같이 누리잖아요. 참여정부 때 대통령과 검사들이 공개대화를 한 적이 있었죠. 검사들이 대통령한테 할 말 못할 말 막 쏘아붙이고 난리였지 않습니까? 저는 검사들이 대통령 앞에서 할 말 못할 말 다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한테도 패기있게 할 이야기는 해야죠. 근데 제가 화가 나는 건 그 검사들... 박정희나 전두환 때 대통령한테 그렇게 이야기 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어요, 진짜로요...

김용민 : 그렇죠...

----- 중 략 -----

이완배 : 자,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보겠습니다. 얍실이가 얄밉다로 끝나면 다행인데요, 이게 얄미운 차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공공재게임을 한 판이 아니라 여러 판을 지속을 해보면, 얍실이... 무임승차자들이 나타나는 순간 게임이 반복될수록 공동체가 와해가 돼버립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선의로 공공금고에 기부했던 사람들이 첫판에 얍실이가 성과를 착 챙겨가는 걸 보고 열 받잖아요? '아이, 그럼 나도 내 잇속이나 챙겨야 되겠다' 생각하고 기부를 점차 줄여나갑니다. 그래서 실제로 공공재게임을 여러 번 해보면 얍실이가 존재할때 게임을 계속할수록 공공금고에 쌓이는 돈이 확확확 줄어갑니다. 그러면 이걸 막아야되죠? 왜냐하면 공공재 게임은 서로 협동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게임이니까요.

그래서 행동경제학자인 에른스트 페르라는 스위스 취리히대학 교수가 새로운 실험에 나섭니다. 자, 공공재 게임을 하는데 돈을 지불한 양심있는 사람들한테 얍실이를 처벌할 권리를 주는 겁니다. 자기 돈 일 달러를 내면 무임승차한 얍실이로부터 삼 달러를 뺏어올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물론 인간이 이기적 존재라면 이런 짓을 안 하겠죠. 왜냐하면 처벌을 하는데 내 돈이 들어가잖아요. 아깝게 내 돈을 왜 쓰겠습니까? 근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내 돈 일 달러를 내고 처벌에 가담합니다.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가 일 달러 손해를 입어도 저런 얍실이들을 벌을 줘야 돼' 라는 정의감이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 실험을 해보면 이런 처벌시스템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죠. 정의로운 시민들의 정의로운 처벌이 시작되는 순간 무임승차하던 얍실이들이 금고에 기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돈을 안뺏기니까요. 그리고 자기도 공공의 이익을 챙기니까요.

자, 여기서 한단계만 더 나가 보겠습니다. 이 실험결과를 들은 행동경제학자 베네딕트 헤르만이라는... 노팅엄대학교 교순데요. 새로운 실험에 나섭니다. 자 , 조금 전에 에른스트 페르 교수의 공공재실험에 따르면 얍실이를 응징하는 처벌 권한을 대중들에게 부여하면 확실히 얍실이는 줄어들어요. 근데 '이게 과연 전인류적으로 다 그럴까'가 헤르만 교수의 궁금증입니다. '혹시 문화에 따라서 차이가 조금 다르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으로 헤르만 교수는 이 공공재게임을 전세계 주요 도시 16곳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 따로 해봅니다. 그러니까 이 16개 도시는 아무렇게나 뽑은 도시가 아니구요, 아시아 문화, 아랍 문화, 영어권 문화, 동유럽, 독일어권, 북유럽, 남유럽 이런 식으로 전지구에서 각 문화권을 대표하는 도시들을 뽑은 겁니다. 여기 주목할 점은 서울도 실험대상에 들어가요. 그래서 서울은 중국 청도와 함께 아시아권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실험대상이 됐습니다.

게임은 똑같애요. 각 도시 참가자들에게 처음에는 20달러를 주고 얼마를 공공금고에 넣으시겠어요, 뭐 이런 걸 물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열 판을 해요. 두번째 판부터는 구성원들이 앞 판에서 얍실이 짓을 한 놈에게 응징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일 달러를 내고 얍실이 삼 달러를 뺏어올 수 있게 하는 거죠. 이 결과가 진짜 재밌습니다.

우선 북유럽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덴마크 코펜하겐이 뽑혔는데요. 덴마크 시민들은 첫 판부터 공공금고에 돈을 무지하게 많이 내요. 그니까 20달러를 받은 것 중에 공공금고에 내는 돈이 평균 16달러나 됩니다. 이 전세계 평균이 절반이거든요. 근데 이 코펜하겐 사람들은 75%, 76%를 공공금고에 맡기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문화가 공동체의식이 너무 뛰어난 거죠. 협동하는 게 습관화가 되어 있는 겁니다. 그리고 두번째 판부터 처벌권을 줘두요, 이 금액이 크게 변하지 않아요. 계속 16달러에서 18달러 사이를 계속 왔다갔다 합니다. 그니까 이 나라 사람들은 처벌권이 있던 말던 애초부터 끝판까지 일관되게 협력을 하구요. 무임승차 자체가 많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요 문화가 독일권 문화 중에 스위스 취리히나 상트갈렌 같은 도시에서도 비슷해요. 처음 시작부터 기부금이 15달러가, 평균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 숫자가 쭉 유지가 돼죠.

자, 그런데 서울은요... 이게 궁금하시죠? 1회차 게임에서 기부금이 절반인 10달러에 못 미칩니다. 요건 16개 도시 중에 하위권입니다. 10위쯤 해요. 우리나라의 협동정신이 16개 도시 중 뒤에 쳐져있다는 얘기고 얍실이나 무임승차들도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얍실이들을 응징하는 두번째 판부터 기부액이 갑자기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니까 얍실이 짓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다음 판부터 일제히 응징에 나서는 겁니다. '내 돈 일 달러 기꺼이 낼 테니까 저 얍실이 죽여버려' 라는 문화가 서울이 굉장히 강하게 나옵니다. 그니까 한국 사람들이 정의감이 강한 겁니다. 그래서 응징을 당항 얍실이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얍실이 짓을 그만 둬요. 집단폭행을 당하잖아요. 계속 3달러씩 뺏기니까요. 그래서 공공금고에 기부하는 것에 동참을 합니다. 이러면 판을 거듭할수록 기부금이 쭉 늘어납니다. 그래서 마지막 열 판 때 서울의 기부금 액수가 20달러 중에 무려 18달러까지 올라갑니다. 16개 도시 중 몇 위일 거 같습니까? 놀랍게도 일등입니다. 근데 열 판째 우리가 16개 도시 중에 제일 기부를 많이 하는 협동의 도시가 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무임승차자들을 처벌할 권한이 공동체에게 주어지면 얍실이는 줄어듭니다. 그런데 이 효과의 크기는 문화권마다 조금씩 달라요. 북유럽처럼 애초부터 협동이 잘되는 사회에서는 처벌을 하건 말건 늘 그냥 평균적으로 협동이 잘됩니다. 근데 우리나라처럼 얍실이들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는 처벌권이 굉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얍실이를 벌할 제도만 있으면 정의로운 사람들이 대거 내 손해를 감수하고 그 얍실이들을 처벌하는데 동참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16개국 중에 10위였던 협동 순위가 처벌을 계속 강화하면서 나중에는 1위까지 올라갑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얍실이도 많지만 정의를 열망하는 사람도 무지하게 많다는 거죠. 아닌 나라도 있습니다. 그리이스 같은 경우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협동이 되게 안돼요. 하위권입니다. 그런데 보복권을 줘두요, 나중에 끝에 가보면 여전히 하위권이에요. 그니까 사람들이 보복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보복을 하면 보복을 당한 사람이 또 열받는다고 보복을 하고 이래서, 그냥 사회가 약간 개판이 돼버리는 겁니다, 여기는. 그니까 한국은 시작은 미천하지만, 협동 부분에서요... 일단 보복권만 주어지면 정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이 대거 참가해서 굉장히 역동적인 도시가 되는 기질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에게요.

그래서 저는... 무소불위의 사법권력인데요, 지금. 이 무소불위의 사법권력을 처벌하는... 민중들이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하 략 -----


▶이미지 출처|
- ETHZ.CH (이미지 원본은 plektix.fieldofscience.com/2011/04 /freedom‐and‐public‐goods.html)
https://ethz.ch/content/dam/ethz/special-interest/gess/chair-of-sociology-dam/documents/icsd2013/17_3_przepiorka.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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