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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소양정(昭陽亭)

소양정에 올라 바라본 소양강변 풍경

집 가까운 곳에 소양정(昭陽亭)이 있다. 산책이나 운동삼아 걷기엔 안성맞춤인데 오랜만에 이 곳을 찾는다. (이렇게 좋은 풍광을 가까이 두고도  자주 못 찾는 건 평소 불안과 무기력에 짓눌려 사는 내 가난한 마음 탓이리라.)

집에서 10~20분 걸어가면 소양정을 오르는 돌계단 입구에 이른다. 입구 옆에는 친일파 이범익 단죄문을 비롯한 비석군(碑石群)이 있다.

오늘(26일)은 비석군 주위를 새롭게 가꾸는 모양이다. 사내 서넛이 있는데 한 쪽에선 팔을 걷어 붙여 삽질을 하고 다른 쪽은 측량기를 옆에 놓고 무언가를 의논중이다.

돌계단을 몇 차례 밟고 소양정을 오른다. 제 몸을 방 안에만 가두고 사는 늙고 약해빠진 샌님은 고작 계단 오르는 일에도 숨이 거칠어졌다.

계단 맨 꼭대기 마지막 단을 밟고 올라서자 탁트인 소양강변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눈앞에 나무들 너머로 소양강 강줄기, 하늘색과 분홍색으로 칠해진 소양2교, 흰색의 강변 아파트가 모두 보인다.

가빴던 숨이 고르게 잦아들자 소양정 사방을 천천히 둘러 본다. 익히 몇 번 왔던 곳이지만 되새김질 하듯 새삼 주변을 구경한다.

소양정 전경

소양정 바로 옆에 누각의 내력이 적힌 안내문이 있다. 안내문은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다. 이요루(二樂樓)라고도 불리는 소양정은 이미 고려시대 문헌에 등장하는 누각으로 조선 인조 때 춘천부사 엄황이 정자를 수리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선시대 때 홍수로 잃은 것을 한번, 한국전쟁 때 불에 타서 없어진 것을 다시 원래 있던 데서 옮겨 1966년에 지금 여기에 새로 지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때 춘천을 두 번이나 다녀간 다산 정약용의 흔적도 남아 있다. 다산의 춘천여정을 추억하는 다산길과 그의 소회를 적은 시문 가운데 한 편을 소개한 안내문이 그것이다.

소와 말은 나룻가에 서 있고
모래톱 물 다시 잔잔해지는데
풍경은 도읍에 가까워지자
넓게 트이어 험난한 곳 없고
강이 둘러싼 정자 성대하며
산은 멀고 평평한 들 넓구나...

다산길 안내문 (소양정 앞)

소양정이란 정자 하나를 둘러싼 풍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45년과 1950년의 역사 한 순간도 기록하고 있다.

1945년의 일은 '윤공용성영세불망비'다. 비석에 새겨진 이름의 뜻은 '윤용성 공(公)의 영세를 바라고 그를 잊지 않기 위해 세운 비석' 정도 되겠다. 1971년에 쓴 안내문에는 중앙초등학교 전신인 '춘주학교'라는 사학을 세운 윤용성이라는 사람을 기념해 1945년 학교 학부형들이 봉의산록에 세운 것을 이 곳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1950년 6·25전쟁 중 소양교를 넘어오는 북한군과 교전했던 '공병중대전적지'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6사단 7연대에 소속된 공병1중대는 보병 지원을 위해 대부분 출동하였고 남은 1개 소대병력이 지금 위치에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전차를 앞세운 북한군에 맞서 소총과 기관총으로 격렬하게 싸웠다고 한다.

윤공용성영세불망비 /  공병중대 전적지 (왼쪽부터)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만세》

출처:PIXABAY

 《김수영을 위하여》라는 책 서문에는 저자 강신주 씨가 한 대학 강연에서 겪은 이야기 하나가 소개된다.

강연에서 저자는 '김일성 만세'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김수영 시인의 미발표작 한 편을 먼저 읽었다고 한다.  그러자 저자의 강연을 들으러 온 수많은 관객의 표정에 당혹감과 불쾌감이 내비쳤다고 한다. 저자는 관객들의 이 반응을 불안심리로 해석했다. 반공을 국시로 알고 북한을 우리 사회의 적대세력으로 수십년 간 배우고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체제 경계선에 놓일 때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 저자가 시의 의미를 설명해주고 시를 쓴 사람이 한국현대문학에서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김수영' 시인임을 밝히고 나자 그제서야 청중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 강신주 씨는 이 경험을 통해 냉철한 자유정신을 가졌던 시인 김수영의 존재에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의 시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재까지 우리의 감수성이 그의 인문정신조차 쫓아가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청중들이 안도하는 모습을 보자, 나는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괴로웠다. 김수영이 시를 쓴 지 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내면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너무나 허탈했다.
-강신주, 《김수영을 위하여》중에서

그 때문일까? 우리 사회는 약육강식과 금권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가운데 자유정신과 비판정신을 가진 살아있는 지식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주류사회가 죽은 지식을 답습하며 그들만의 학벌을 쌓는 데만 열을 올리는 사이에 학문과 지식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유튜브나 팟캐스트의 정직한 욕설보다 못한 신세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는지.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 김수영 '김일성 만세' (1960) 전문, 《프레시안》 2012년 7월 2일 기사 재인용


▣ 뒤적거린 책|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지음, 김서연 만듦, 천년의 상상 (2012.04.23 초판 1쇄본)

▣ 참고자료|
-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86773.html
- 프레시안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67849

2019년 12월 18일 수요일

하찮은 범부(凡夫)의 정치 단상(斷想)

출처:PIXABAY

2019년 한 해가 저문다. 2017년 봄, 이명박·박근혜의 개판 정치가 막을 내리고 천만 촛불집회의 민심을 등에 업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지금 새정부 3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나같이 힘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변화의 훈풍(薰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정치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내 삶과 한참 동떨어진 권력투쟁의 장일 뿐 여전히 답답하다.

지금이라도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현정부가 마음을 새로 다잡고 개혁과 적폐청산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 수구세력과 피할 수 없는 싸움을 각오하고 투쟁전선에 나서야 한다.

혹시 이런 생각이 현실정치의 복잡한 내막을 모르고 떠드는 하찮은 범부(凡夫)의 철없는 소리일까?

일개 범부(凡夫)의 단견(短見)은 이렇다. 정의와 개혁을 바라는 민심의 지지를 받는 정치세력이 현재 대통령의 권력과 국회 제1당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답답한 정국에 놓여있다는 건 그들의 정치적 한계나 무능함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2019년 11월 20일 수요일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공정한 정의사회가 교육개혁의 답!!

유튜브 《한남시사TV》가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 편에서 대학입학전형인 수시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교육개혁 담론 중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 (2019. 11.18, Youtube)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돈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 사회

김선생: 어... 이런 게 있어요. 되게 나이브(naive)한... 생각이 뭐냐면... 어... 입시제도를 바꾸면 돈 많은 사람이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

정은애비: 아니,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돈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죠.

김선생: (그렇지!) 어떤 걸 해도 돈 많은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어요. 그니까... 예를 들어서 인제... 뭐 체육을 수행평가를 해. 줄넘기를 시켜. 돈 많은 사람은 선생 붙여요.

-----중   략-----

김선생: 그니까 결국 어쨌든 간에 그거는 열외로 하자, 라는 게 나는 훨씬 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건데...

-----중   략-----

정은애비: ....그니까... 이 대학하고 직업을 선택하는 걸... 이, 이걸 분리시켜주면 된다... 그러면 뭐 서울대를 없애네, 뭘 없애네... 이런 게 다 의미 없는 얘기라고...!

김선생: 어, 씨발! 소름! 내가 옛날부터 하던 얘기가 그 얘기거든.

정은애비: 아, 그래?

김선생: 응. 무슨 얘기냐 하면... 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인제... 그 모순 중에 하나가... 어... 블루칼라 노동자는 인력난이 있어... (정은애비: 응.) 구할 수가 없어. 근데... 그... 젊은 20대 30대 애들은 취업난이야.

정은애비: 그렇지.

-----중   략-----

김선생: 이게 약간 미스매치(mismatch)거든. (정은애비: 응.) 왜 그런가 하고 보니까 대학진학률이 90%야. (정은애비: 응.) 그럼 대학 진학을 한 다음에 얘네가 미쳤다고 블루칼라를 할려고 하겠느냐고? (정은애비: 그니까.) 그러니까 화이트칼라 직업군만... 어... 계속 갈려고 하는 거지?

정은애비: 응.

김선생: 그럼 이제... 공고... 예전에 공고죠. 흔히 말하는 공고에... 상업계열의 학교들을 특화시켜서 정부에서 취업을 보장해 주자는 거야.

정은애비: 그렇지!

김선생: 그래서... 그런데 취업의 퀄러티(Quality)가... 처우도 좋고 (정은애비: 그렇지!)... 너네 가 갖고 일년에 천만 원... 천 몇백만 원씩 학비를 4년 동안 쓰고 그리고 나서... 뭐 학자금 대출이든... 집에서 까먹었든 간에... 몇 천을 까먹을 때  얘네는 몇 천을 모으는 거야. (정은애비: 응.) 그럼 갭(gap)이 두 배로 벌어지잖아. (정은애비: 그렇지.) 그게 몇 년만 지나게 되면... 그럼 이제 대학진학율이 떨어지게 되거든.

정은애비: 그렇지!

김선생: 근데... 대학진학율이 떨어지는 게 그럼 안좋은 거 아니냐... 아이, 좋은거야. 왜냐하면... 불필요한 대학이 너무 많거든.

정은애비: 대학들도 좀 망해야 되고... (김선생: 그렇지!) 공부할 애들만 대학에 가야되는데...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에서 인용한 뉴스영상 (2019. 11.18, Youtube)


공부 따로 취업 따로, 둘을 분리하도록 사회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생각을 해야

정은애비: 공부랑 취업은 분리를 해줘야 돼! (김선생: 그렇지!) 공부는 열심히 하는 거가 좋은 거야. 경쟁을 시키는 게 무조건 안 좋다는 게 나는 이해가 안돼!

-----중   략-----

김선생: ...그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굉장히 건전한 게 뭐냐면... (중략)... 정말 아무리 좋은 이상을 갖고 만든 제도라고 하더라도... 이게 왜곡되고 오염돼 갖고 불공정한 사례가 많이 접수된다 그러면 차라리 모두가 공정하게 생각할 수 있는 정시를 확대하는 게... 그게 맞겠다...

정은애비: 맞아, 맞아!

김선생: 어, 그렇게 하자... 그러면... 돈 있는 얘들만 학원 다니고 사교육 받아갖고 더 잘할 거 아니냐... 지금도 그러고 있어.

정은애비: 모든 제도는 돈 많은 사람한테 유리해요. 내가 볼 때는 돈 많은 사람한테 불리한 제도를 만들 수가 없어. 그니까 아까 처음부터 그냥 하위로 해가지고 역배점을 주든가... 그러면...

김선생: 그래서... 인제 우리 얘기한 게... 근본적으로 그럼 뭐냐면... '어, 내가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데... 괜찮다' 라고 하는 시스템... 그 제도적인 시스템...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바꿀 생각을 해야지, 계속해서 좋은 대학을 나온 얘들이 좋은 직장을 갖고 걔네가...

정은애비: 그거는 변화시키... 그거는 안 바뀌고 (김선생: 그거는 안 바뀌어!) 계속 이상한 거만 바꾸니까...말이 안되는 거야...

김선생: 그러니까... 그 부모가 예를 들어서 맞벌이고 그 소득수준이 되게 높지 않으면 그걸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뭔가를만들어 줄 수가 없거든.

-----중   략---

정은애비: ....대학 가는 거랑 좋은 직업 갖는 거를 분리시켜 주자는 거지. 힘든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게 맞지 않아요?

선생: 맞지!

정은애비: 근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잖아!

김선생: 그치!

정은애비: 덜 힘든 일을 할 수록 돈을 더 많이 버는 거 같애... 쓰읍... 지랄들 할려나? 흐흐흐...

김선생: 조심해라!

정은애비: 누구? 흐흐흐....

김선생: 흐흐흐... 적게 일하면서 돈 많이 버는 놈, 조심해라!

정은애비: 하여튼 좀 많은 거 같이 느껴지구... 그니까 어떤 이... 그... 연봉이나 월급의 차이가 너무 나는 게 아닌가...? (김선생: 맞아요.) 하는 일에 비해서...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 (2019. 11.18, Youtube)


공무원이 꿈인... 늙은 사회

김선생: 나는 예전에... 어... 제가 외국생활 좀 하구 한국에 들어왔을 때...

정은애비: 아이고야...

김선생: 좀 있어 보이지? 하하하...

정은애비: 응. 있어 보여! 하하하...

김선생: 나, 외국파다! 하하하...

정은애비: 하하하... 너, 목소리 바뀐다. 목소리 바뀐다, 너.

김선생: 제가 외국에서 생활하고 국내에 왔을 때... 그니까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더라고. 어... 해외하고 한국하고 가장 큰 차이점을 들으라고 하면 뭘 들겠냐... (정은애비: 응.) 그래서 나는 뭐라고 얘기했냐하면... 스무 살 이전의 행동에 대해서 한국은 평생 책임 지고 살아야 된다.

정은애비: 그렇지. 수능 한번으로... 씨발, 인생이 이렇게 결정되는 나라가 어딨어?

-----중   략-----

김선생: ...그래서 보니까 어렸을 때 내가 다른 거 땜에 공부를 열심히 안 했어. (정은애비: 안했거나 못했거나.) 못했거나. 아니면 뒤늦게 머리가 틔였어. 근데 그 책임을 평생 지고 살아야 된다는 거야.

정은애비: 그러니까 난 그런게 너무 지랄같은 게... 우리나라는... 제 얘긴데... 흐흐... 사업을 하다 망했어. 재기가 불가능해, 진짜!

-----중   략-----

김선생: 그래, 망하면 재기 안 되지! / 정은애비: 재기 안돼!

-----중   략-----

김선생: 그래서 다 공무원이 꿈... 요즘 애들... 얼마나 짜증나냐 하면... 안타까운 거야. 꿈이 공무원이야.

정은애비: 하아... 그니까 이 공무원이 꿈인 사회는 정말 늙은 사회인 거 같거든. 뭐, 꿈도 없고...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에서 인용한 뉴스영상 (2019. 11.18, Youtube)


미래 세대가 희망을 품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어야

정은애비: ...근데 그것도 있어. 우리나라는 어떤 꿈이 생길만 하면 짓밟는 것도 있어. 예를 들면... 이건 좀 안좋은 예일 수도 있는데... 비트코인에 애들이 막, 막... 몰려들고 개판이 났어. 근데 그거를 죽일 생각만 하는 거지. 지금도 마찬가지야. 유튜브나 이런 거 있잖아. 어떻게 보면 예전 가치관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직업들이 생겨난 건데 '어, 이거 너무한 거 아냐'... 이거 규제할 생각만 해, 자꾸. 그니까 그게 아니라 신종... 직업이나 그런 것들이 나왔을 때 그거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키울 생각을 해야 되는데, 자꾸 규제할 생각만 한다는 거지.

김선생: 그치 그러니까 20대, 30대 남자 지지율이 떨어졌던 두번째 정도 되는 거 중에 하나가 비트코인이지.

정은애비: 어, 비트코인. 그니까 나는... 물론 걔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해. 투자를 좀... 이거 저거 해보다 보면 비트코인 만큼 위험한 게 없거든. 근데 얘들이 볼 때는... 그게... 오죽하면... 인생의 사다리였던 거야, 그게! 지들이 볼 때는!

김선생: 마지막 남은 사다리라고 생각했는데... 얘네가 이해한 관점에서 보면... 직접 들은 얘기도 있고... 그 사다리 잡고서 꾸역꾸역 올라갈라고 했더니... (중략) ...사다리... 그 마지막 남은 사다리를 걷어찬 거야.

-----중   략-----

김선생: 그래서...조금은... 뭐가 있냐면... 어...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정말 현장에서 어떤지 모르는데... 그니까 특히, 입진보들...

정은애비: 으응...

김선생: 마치... 교육... 그니까...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교육문제에 대해서 내가 지지하는 발언을 우리 진영 내에서 할 수가 없어. 그건 마치 자한당 애 같은 취급을 받는 거야. '야, 어쩔 수 없어. 돈 있는 애들이 성공할 수 밖에 없어!' 걔네랑 너네랑 게임이 안되니까 걔네를 늘 공정한 틀 안에 넣을려고 하지 말고 걔네는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인정을 해버리자는 거야. 그리고 나머지가... 공정하게 만들 생각을 해야 현실적인 어떤 제도가 나오지... 마치 이건희 손자, 이재용 아들하고 내 아들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라고 하는 환상을 갖고 있는 거야.

정은애비: 음... 그... 공정한 경쟁에서 비롯... 그니까... 공정한 경쟁을 얘기할 때 다른 걸 난 얘기하고 싶은데... 뭐냐면... 공정한 책임... 그니까 이건희 아들이든, 이건희 손자든 간에 뭐... 예를 들어 음주운전을 했어. 그럼, 좆돼야 돼. 근데 걔들은 좆이 안돼... (중략) ...나는, 그런 거를... 그런 걸로 막...아야 될 거 같애. 그니까 걔들이 뭐... 나는 말을 갑자기 탈거야...말 타다 대학 가. 그걸 어떻게 막어? 돈 많은데... 그거는 못 막는 거지... (중략) ...근데, 얘가 음주운전 했어, 마약 했어... 그럼 그걸로 조져야지. 그걸로 조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그나마 사람들이 덜 빡칠 거야. 근데... 내가 마약을 했어, 예를 들어. 난 좆되지. 그치만 이건희 손자는 좆이 안 될거라고!

《한남시사TV》 '수시제도 까기, 정시확대 적극 지지합니다'에서 인용한 뉴스영상 (2019. 11.18, Youtube)

2019년 10월 27일 일요일

영화 《광해》:이병헌이 보여준 정치리더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다시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저런 정치리더가 이끌고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월이의 슬픈 가족사연을 듣는 하선

사월 : 소인의 아비는 산골 소작농이었사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관아에서 세금으로 전복을 바치라하여...

하선 : 농사꾼에게 전복이라니......? 그래서?

사월 : 고리를 빌려 세금을 메우다 보니 빚이 빚을 낳게 하고 결국 집과 전답마저 빼앗기고 아버지까지 옥살이를 하게 되었나이다.  (하선 : 어허, 저런?) 그걸로도 갈음이 되지 않자 어머니와 동생은 변방 노비로 팔리고 저는 참판댁집 몸종으로... (하선 : 이런 나쁜 놈들!) 혼자 남은 아버지는 결국... 맞은 장이 화근이 되어 해를 넘기시지 못하시고 그만...

하선 : 에이, 이런 좆같은...!

조내관 : 전하!

하선 : ...어매가 안 보고 싶으냐?

사월 : ...생사만 알아도... 원이 없겠사옵니다.

하선 : 그래, 내 왕노릇 끝나기 전에 니 어미를 꼭 만나게 해주마. 약조하마.

사월 : 망극하옵니다. 망극하옵니다, 전하!

부당하고 부패한 현실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

신료들의 반대에 맞서 대동법의 즉각 시행을 명령하는 하선

하선 : 내 분명 대동법을 실시할 방안을 마련하라 했을 텐데...

박충서 (이조판서) : 전하! 하루 아침에 결수대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지주들의 피해가 이루 말할 수가 없사옵니다. 그들 또한 백성이온데 어찌 차별을 두겠나이까?

하선 : 땅 열 마지기 가진 이에게 쌀 열 섬을 받고 땅 한 마지기 가진 이에게 쌀 한 섬을 받겠다는 게, 그게 차별이오? 백성들은 스스로 노비가 되고 내시가 되는 판에 기껏 지주들의 쌀 한 섬 때문에 차별 운운한단 말이오?

탐욕스럽고 악독한 기득권세력에 맞서 과감한 개혁정책을 펼 수 있는 사람.

무고하게 고문받는 유정호를 친국하는 하선

하선 : 풀어줘라. 이 자는 죄가 없다!

신료들의 중전 폐위 주장에 강하게 맞서는 하선

하선 : 그대들은 내게 조강지처를 개처럼 내팽겨치라하고 그걸 법도라 가르치는 게요?

사월의 죽음으로 드러난 독살계획의 배후를 잡아오라고 명하는 하선

하선 : 도부장!

도부장 : 예, 전하!

하선 : 절도사를 포박해 오라!

허균 (도승지) : 전하...!

하선 : 따르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참하라!!

불의에 맞서 용감하게 싸울 줄 아는 사람.

하선, 나인들, 도부장, 사월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민중의 눈물을 닦아주고, 민중을 웃게하며, 민중이 지지하는... 그런 사람을 우리사회 정치리더로 만나고 싶다.

2019년 10월 10일 목요일

'기레기' 말고 '똥기자' 어떨까요?

기자와 검사가 기소 사건을 두고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년 방영한 MBC 드라마 「검법남녀 시즌2」)

엄중한 시국이다.

민주개혁세력과 수구기득권세력의 일대격전이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사안들이 여전히 조국 장관 가족의 검찰수사와 언론보도에 묻혀버리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가 이렇게 조국 이슈에 휘말리게 된 데는 검찰의 부당한 정치적 수사를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정국에 맞서 개혁과 적폐청산의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투쟁적으로 돌파하지 못함에 답답함을 느낀다.)

어제도 조국이슈 보도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문제제기와 검찰·KBS의 반박논쟁이 뜨거운 얘깃거리가 되었다.

이런 와중에 나는 한편으로 말과 글에 대한 안타까움과 갈증을 또 한번 느낀다.

만약에 우리 사회의 언어생활이 '삶에 밀착하여 민중에게 쉽고 익숙한 언어를 쓴다'는 철학을 관철하고 있었다면 조국 이슈를 보도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기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금보다 훨씬 더 명료해질 수 밖에 없을 테고 우리 국민들이 이 사안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훨씬 더 수월했으리란 생각이다.

하지만 청산되지 않은 우리사회 질곡의 역사처럼 그 사회의 습성이 고스란히 투영된 우리의 말과 글 역시 비틀리고 병들어 있는 게 현실이다.

비단 제도권과 주류사회뿐만 아니라 민중이 일상에서 쓰는 삶의 언어도 마찬가지다.

'기레기'라는 단어 하나만 짚어보자.

언론의 공정·진실보도 책임을 저버린 채 권력에 아부하고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기자와 언론을 비꼬는 민중의 언어다.

처음엔 이 낱말의 뜻을 아는 사람들조차 적었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언어가 되었다.

그치만 나는 여전히 이 단어를 쓰는 데 개운치 않은 찝찝함을 느낀다.

'기레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주의를위한변호사모임', '기획재정부', '문화체육부', '해양수산부' 같은 낱말을 '민노총', '민변', '기재부', '문체부', '해수부' 식으로 줄여쓰는 얼빠진 지식인 나부랭이의 버릇과 닮아 있다.

이런 줄임말 버릇은 우리말 어법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글자수를 줄이는 데 급급한 나머지 뜻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말어법에 맞게 고쳐쓴다면 '민노총', '민변', '기재부', '문체부', '해수부'가 아닌 '민주노조연맹', '민주변호사모임', '재정부', '문화부', '해양부' 정도의 줄임말로 뜻을 쉽게 구별하도록 쓰는 게 옳다.

'기레기'라는 줄임말 역시 '기자쓰레기'나 '쓰레기기자'로 뜻을 구별하기 쉽게 쓰는 게 바람직하다.

굳이 음절수를 줄여쓰고 싶다면 우리말 어법에 맞는 낱말을 새로 만들어 쓰면 된다.

가령 '기레기' 말고 '똥기자' 정도의 말... 어떨까?

2019년 9월 19일 목요일

《경제의속살》(19.09.09~09.11):정의에 목마른 한국사회

2019년 9월 16일 유튜브채널 《김용민TV》에 김용민PD가 진행하고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가 출연하는 《경제의속살》 주간종합편 (2019.09.09~2019.09.11)이 올라왔다.

이번 종합편에서는 행동경제학의 다양한 '공공재게임'실험과 그리스 경제학자이자 재무장관이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Γιάνης Βαρουφάκης)의 책 《작은 자본론》, 조국 법무부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과 반공이데올로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행동경제학의 공공재게임 모형과 무임승차 구조

이완배 : 공공재게임은 무임승차를 연구할 때 많이 다루는 이론인데요,  살다보면 꼭 남들은 다 열심히 하는데 아무 기여도 안하다가 얍실하게 성과만 쏙 빼먹는 자들이 있죠. 이걸 무임승차라고 부릅니다. 공공재게임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모르는 사람 다섯 명을 모아놓고 각각 만 원씩 공돈을 나눠줍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한테 '당신 지금 받은 공돈 만 원 중에 일부를 떼서 공공금고에 기부할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근데 이 게임의 묘미는 기부를 하면 돈이 불어서 간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공돈으로 받은 만 원 중에 오천 원을 공공금고에 기부하겠다고 하면 그 돈은 오천원이 아니고 두 배인 일만 원으로 불어서 공공금고에 저장이 되는 거죠. 그리고 게임진행자는 나중에 공공금고에 모인 돈을 다 거둬서 누가 얼마를 기부했건 상관없이 다섯 명에게 정확히 오분의 일씩 나눠줍니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이 게임에서 제일 좋을 거 같은 방법은 다섯 명이 전부 다 만 원을 깔끔하게 공공금고에 맡기는 거죠. 이러면 다섯 명이 맡긴 돈은 오만 원이지만 공공금고에 맡긴 돈이 갑절로 불기 때문에 저장된 돈은 십만 원이 됩니다. 그리고 이 십만 원을 다시 다섯 명에게 똑같이 나눠주기 때문에 일인당 이만 원씩을 챙길 수 있습니다. 요 모형은 서로 믿고 협력하면 훨씬 큰 소득을 얻는 그런 모형입니다.

근데 이 게임을 해보면 꼭 얍실이가 등장을 해요. 공공금고에 자기는 한 푼도 안 내고 그 만 원을 탁 챙겨 넣습니다. 그리고 기다리죠. 만약에 나머지 네 명이 다 착한 사람이어서 만 원을 다 기부를 하면 이제 팔만 원으로 불어서 공공금고에 들어가 있겠죠. 그리고 그 팔만 원을 다시 다섯 명에게 똑같이 나눠주니까 일인당 팔만 원의 오분의 일 즉 만 육천 원씩 돌아옵니다. 이러면 애초에 만 원을 안내고 버틴 그 얍실이는 자기 돈 만 원도 챙기고 공공금고에 남들이 헌신적으로 기부한 성과 중에 오분의 일을 또 챙겨갑니다. 총 이만 육천 원을 가져가죠. 그니까 자기도 기부했으면 이만 원만 가져갔을 텐데 얍실이 짓을 해서 총액 이만 육천 원을 가져갑니다. 요런 얍실이들이 바로 사회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고 공공의 성과를 가로채는 무임승차자들인 겁니다. 우선 여기서 하나 확인해 볼 건 실제 이 게임을 해 보면 만 원을 흔쾌히 다 내는 사람도 있고요, 한 푼도 안내는 얍실이도 있습니다. 그니까 인간은 이기적인 놈들도 있고 테레사 수녀님 같은 분도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여러 사람들의 평균을 내보면 얼추 한 50% 정도를 기부하는 걸로 나옵니다. 평균이 그래요. 그니까 사람들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을 믿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평균 50% 정도를 낸다는 겁니다. 근데 웃긴 게 이 실험을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유난히 기부를 안하는 그룹이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자인 제럴드 마웰이라는 뉴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1981년에 이 실험을 위스콘신 주립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적이 있어요. 위스콘신대학은 미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대학교죠. 미국에서 최고 대학들을 아이비리그라고 부르는데, 뭐 다트머스, 하버드, 펜실베이니아... 뭐 이런 대학들인데요. 얘들은 다 사립대학이거든요. 그래서 공립대학 중에 아이비리그에 필적할 만한 명문을 퍼블릭 아이비, 그니까 공립 아이비라고 부릅니다. 위스콘신이 여기에 포함된 명문대학교입니다. 근데 마웰 교수는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명문대 경제학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한 거죠. 그랬더니 이 자식들이... 공공금고에 기부금이 평균 20% 정도 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일반인들은 50%나 내는데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한 놈들일수록 출세에 가까운 놈들일수록 돈을 더 안내고 얍실이 짓을 더 많이 한다는 거죠.

한국현대사에서 수많은 민중들의 투쟁이 있었잖습니까? 그리고 그 민중들의 투쟁은 공공의 이익, 공공의 선을 위한 투쟁이었죠. 우리가 그 추운 겨울에 촛불집회를 나간 건 나한테 뭐가 생겨서가 아니었잖아요. 이게 바로 공공금고에 기부하는 민중들의 협동정신 같은 겁니다. 투쟁을 통해서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이승만을 무너뜨리고 박정희·전두환을 쫓아내면 한국사회가 민주화가 되고 공공의 이익이 커져서 구성원들이 두 배 이상 행복해지는 거죠. 어떤 이들은 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공공과 협동의 투쟁에 아무런 기여도 안하고 그 동안 자기 이익만 막 챙기다가 나중에 투쟁을 통해서 세상이 발전하면 그 이익만 쏙 빼먹는 개떡같은 무임승차자들이 한국사회에 있습니다. 여러 명... 여러 분야가 있는데 저는 대표적인 직종으로 검사들을 꼽습니다.

김용민 : 검사...

이완배 : 네... 청취자 여러분 혹시 검사들이 무슨 투쟁에 참여했다는 얘기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김용민 : 뭐, 지들 밥그릇 위협 받으면은 그때 뭐 전국... 검사회의 그런 거는 하드만요, 보니까...

이완배 : 그니까 자기 밥그릇 빼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요... 촛불집회 때, 4·19 혁명 때 이럴 때 검사들 나왔다는 얘기 못 들어봤잖아요.

김용민 : 개별판사들이 그런데 동참하거나 그 내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경우... 뭐 서지현 검사라든지, 임은정 검사라든지 그런 분들은 종종 봤죠, 사실은...

이완배 : 네, 그러면 아주 일부분을 제외하고 촛불 집회나 이런 것에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건 못 보죠?

김용민 : 아이휴... 뭐 그런 건 기대도 안 하고...

이완배 : 그렇죠? 이게 만약에 공무원이라서 못했다... 진짜 까는 소립니다.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 아닙니까?

김용민 : 그렇습니다.

이완배 : 그러니까 이 자들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라는 공공 공과(?)에 역사적으로 땡전 한 푼 기여한 바가 없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지들은 남들이 목숨 바쳐 투쟁할 때 법전 열라 외워서 출세길을 찾은 사람들이죠. 이게 공돈 만 원 받으면 일단 호주머니에 꽁쳐두는 겁니다. 그리고 공공금고에 사람들이 협동을 통해서 돈이 모였을 때 그걸 나눠 받을 때에는 그 혜택은 다 받아가죠. 근데 민주화의 성과는 검사들도 똑같이 누리잖아요. 참여정부 때 대통령과 검사들이 공개대화를 한 적이 있었죠. 검사들이 대통령한테 할 말 못할 말 막 쏘아붙이고 난리였지 않습니까? 저는 검사들이 대통령 앞에서 할 말 못할 말 다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대통령 아니라 대통령 할아버지한테도 패기있게 할 이야기는 해야죠. 근데 제가 화가 나는 건 그 검사들... 박정희나 전두환 때 대통령한테 그렇게 이야기 했으면 그 자리에서 죽었어요, 진짜로요...

김용민 : 그렇죠...

----- 중 략 -----

이완배 : 자,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보겠습니다. 얍실이가 얄밉다로 끝나면 다행인데요, 이게 얄미운 차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공공재게임을 한 판이 아니라 여러 판을 지속을 해보면, 얍실이... 무임승차자들이 나타나는 순간 게임이 반복될수록 공동체가 와해가 돼버립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선의로 공공금고에 기부했던 사람들이 첫판에 얍실이가 성과를 착 챙겨가는 걸 보고 열 받잖아요? '아이, 그럼 나도 내 잇속이나 챙겨야 되겠다' 생각하고 기부를 점차 줄여나갑니다. 그래서 실제로 공공재게임을 여러 번 해보면 얍실이가 존재할때 게임을 계속할수록 공공금고에 쌓이는 돈이 확확확 줄어갑니다. 그러면 이걸 막아야되죠? 왜냐하면 공공재 게임은 서로 협동할수록 이익이 커지는 게임이니까요.

그래서 행동경제학자인 에른스트 페르라는 스위스 취리히대학 교수가 새로운 실험에 나섭니다. 자, 공공재 게임을 하는데 돈을 지불한 양심있는 사람들한테 얍실이를 처벌할 권리를 주는 겁니다. 자기 돈 일 달러를 내면 무임승차한 얍실이로부터 삼 달러를 뺏어올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물론 인간이 이기적 존재라면 이런 짓을 안 하겠죠. 왜냐하면 처벌을 하는데 내 돈이 들어가잖아요. 아깝게 내 돈을 왜 쓰겠습니까? 근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내 돈 일 달러를 내고 처벌에 가담합니다. '우리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가 일 달러 손해를 입어도 저런 얍실이들을 벌을 줘야 돼' 라는 정의감이 발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 실험을 해보면 이런 처벌시스템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죠. 정의로운 시민들의 정의로운 처벌이 시작되는 순간 무임승차하던 얍실이들이 금고에 기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돈을 안뺏기니까요. 그리고 자기도 공공의 이익을 챙기니까요.

자, 여기서 한단계만 더 나가 보겠습니다. 이 실험결과를 들은 행동경제학자 베네딕트 헤르만이라는... 노팅엄대학교 교순데요. 새로운 실험에 나섭니다. 자 , 조금 전에 에른스트 페르 교수의 공공재실험에 따르면 얍실이를 응징하는 처벌 권한을 대중들에게 부여하면 확실히 얍실이는 줄어들어요. 근데 '이게 과연 전인류적으로 다 그럴까'가 헤르만 교수의 궁금증입니다. '혹시 문화에 따라서 차이가 조금 다르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으로 헤르만 교수는 이 공공재게임을 전세계 주요 도시 16곳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 따로 해봅니다. 그러니까 이 16개 도시는 아무렇게나 뽑은 도시가 아니구요, 아시아 문화, 아랍 문화, 영어권 문화, 동유럽, 독일어권, 북유럽, 남유럽 이런 식으로 전지구에서 각 문화권을 대표하는 도시들을 뽑은 겁니다. 여기 주목할 점은 서울도 실험대상에 들어가요. 그래서 서울은 중국 청도와 함께 아시아권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실험대상이 됐습니다.

게임은 똑같애요. 각 도시 참가자들에게 처음에는 20달러를 주고 얼마를 공공금고에 넣으시겠어요, 뭐 이런 걸 물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 게임을 열 판을 해요. 두번째 판부터는 구성원들이 앞 판에서 얍실이 짓을 한 놈에게 응징을 할 수 있게 합니다. 일 달러를 내고 얍실이 삼 달러를 뺏어올 수 있게 하는 거죠. 이 결과가 진짜 재밌습니다.

우선 북유럽 문화를 대표하는 도시로 덴마크 코펜하겐이 뽑혔는데요. 덴마크 시민들은 첫 판부터 공공금고에 돈을 무지하게 많이 내요. 그니까 20달러를 받은 것 중에 공공금고에 내는 돈이 평균 16달러나 됩니다. 이 전세계 평균이 절반이거든요. 근데 이 코펜하겐 사람들은 75%, 76%를 공공금고에 맡기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들의 문화가 공동체의식이 너무 뛰어난 거죠. 협동하는 게 습관화가 되어 있는 겁니다. 그리고 두번째 판부터 처벌권을 줘두요, 이 금액이 크게 변하지 않아요. 계속 16달러에서 18달러 사이를 계속 왔다갔다 합니다. 그니까 이 나라 사람들은 처벌권이 있던 말던 애초부터 끝판까지 일관되게 협력을 하구요. 무임승차 자체가 많이 나오지가 않습니다. 요 문화가 독일권 문화 중에 스위스 취리히나 상트갈렌 같은 도시에서도 비슷해요. 처음 시작부터 기부금이 15달러가, 평균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 숫자가 쭉 유지가 돼죠.

자, 그런데 서울은요... 이게 궁금하시죠? 1회차 게임에서 기부금이 절반인 10달러에 못 미칩니다. 요건 16개 도시 중에 하위권입니다. 10위쯤 해요. 우리나라의 협동정신이 16개 도시 중 뒤에 쳐져있다는 얘기고 얍실이나 무임승차들도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얍실이들을 응징하는 두번째 판부터 기부액이 갑자기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니까 얍실이 짓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다음 판부터 일제히 응징에 나서는 겁니다. '내 돈 일 달러 기꺼이 낼 테니까 저 얍실이 죽여버려' 라는 문화가 서울이 굉장히 강하게 나옵니다. 그니까 한국 사람들이 정의감이 강한 겁니다. 그래서 응징을 당항 얍실이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얍실이 짓을 그만 둬요. 집단폭행을 당하잖아요. 계속 3달러씩 뺏기니까요. 그래서 공공금고에 기부하는 것에 동참을 합니다. 이러면 판을 거듭할수록 기부금이 쭉 늘어납니다. 그래서 마지막 열 판 때 서울의 기부금 액수가 20달러 중에 무려 18달러까지 올라갑니다. 16개 도시 중 몇 위일 거 같습니까? 놀랍게도 일등입니다. 근데 열 판째 우리가 16개 도시 중에 제일 기부를 많이 하는 협동의 도시가 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무임승차자들을 처벌할 권한이 공동체에게 주어지면 얍실이는 줄어듭니다. 그런데 이 효과의 크기는 문화권마다 조금씩 달라요. 북유럽처럼 애초부터 협동이 잘되는 사회에서는 처벌을 하건 말건 늘 그냥 평균적으로 협동이 잘됩니다. 근데 우리나라처럼 얍실이들이 판을 치는 나라에서는 처벌권이 굉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얍실이를 벌할 제도만 있으면 정의로운 사람들이 대거 내 손해를 감수하고 그 얍실이들을 처벌하는데 동참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16개국 중에 10위였던 협동 순위가 처벌을 계속 강화하면서 나중에는 1위까지 올라갑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얍실이도 많지만 정의를 열망하는 사람도 무지하게 많다는 거죠. 아닌 나라도 있습니다. 그리이스 같은 경우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협동이 되게 안돼요. 하위권입니다. 그런데 보복권을 줘두요, 나중에 끝에 가보면 여전히 하위권이에요. 그니까 사람들이 보복에도 별로 관심이 없고 보복을 하면 보복을 당한 사람이 또 열받는다고 보복을 하고 이래서, 그냥 사회가 약간 개판이 돼버리는 겁니다, 여기는. 그니까 한국은 시작은 미천하지만, 협동 부분에서요... 일단 보복권만 주어지면 정의를 열망하는 시민들이 대거 참가해서 굉장히 역동적인 도시가 되는 기질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에게요.

그래서 저는... 무소불위의 사법권력인데요, 지금. 이 무소불위의 사법권력을 처벌하는... 민중들이 처벌할 수 있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하 략 -----


▶이미지 출처|
- ETHZ.CH (이미지 원본은 plektix.fieldofscience.com/2011/04 /freedom‐and‐public‐goods.html)
https://ethz.ch/content/dam/ethz/special-interest/gess/chair-of-sociology-dam/documents/icsd2013/17_3_przepiorka.pdf



2019년 9월 14일 토요일

노래《대답없는 사회》

YouTube|김의성 주진우 스트레이트 64회-추적 일본이 원한 군사기밀 아베 외교의 두 얼굴 / 추적 한화에서 생긴 일 (2019.09.09 방영분)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64화에서는 일본 아베정권이 연장을 원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일명, GSOMIA)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舊 삼성테크윈)의 노조탄압, 편법경영승계 의혹을 다뤘다.

그런데 프로그램 끝부분에 나오는 노래 가사가 방송중 끈질긴 취재활동을 보이는 스트레이트 기자들의 모습과 겹치면서 인상적으로 들린다.

귀에 들리는 대로 노래가사 한 구절을 인터넷 검색해보니 《대답없는 사회》 라는 제목의 노래가 나온다.

노랫말 검색으로 노출된 글 가운데 하나를 클릭해 보았다.

작년말에 쓰인 칼럼인데, 노래 《대답없는 사회》를 이렇게 음미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던 故 김용균 씨. ⓒ기타

참담하고 막막하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했다고 세상의 모든 문제가 단숨에 해결될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최소한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는 기미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대통령이 공언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사법농단 혐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영장이 기각되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 빼고 두 당끼리 예산안 합의하는 현실은 긍정적인 변화와 희망을 확신하기 어렵게 만든다. 먼저 이야기했던 노래들을 들으며 고민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계속 이어지는 세상. 이럴 때 노래를 듣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을 담은 노래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의 ‘대답 없는 사회’이다.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추운 날씨에도 대답을 들으러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험한 날씨에도 질문을 던지러

누가 그랬나? 질문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질문이 끝나고 나면 침묵이 흐르고
저 사람 누군지부터 물어보는군

대답을 못 들은 발표자가 원고를 집어넣네
수고하셨다는 박수를 받으며
대답을 못 들은 학생들이 조용히 책을 덮네
자신의 질문들에 의문을 던지며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더운 날씨에도 대답을 들으러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험한 날씨에도 질문을 던지러

누가 그랬나? 질문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뭐든지 물어보라고
질문이 끝나고 나면 침묵이 흐르고
저 사람 누군지부터 물어보는군

위에서 내려온 질문에는 대답을 했는데
추운 날씨에도 옷을 챙겨 입고서
위에서 내려온 질문에는 대답을 했는데
바쁜 생활에도 시간을 쪼개 가면서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추운 날씨에도 대답을 들으러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험한 날씨에도 질문을 던지러

글 / 사진 출처 :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 2,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민중의 소리》 (2018.12.12) 중 일부


▶기사·동영상 링크|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vKcnw1mwsV8
-민중의소리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http://www.vop.co.kr/A00001361946.html

2019년 9월 9일 월요일

새날 3946회 엔딩곡 《격문》

출처 : 노동자연대

2019년 9월 8일 팟빵에 올라온 팟캐스트 《새날 (새가 날아든다)》 3946회 엔딩곡은 윤석민 작사·곡, 서동요 노래의 민중가요 '격문(文)'이다. 해당 에피소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듣고 엔딩곡의 가사를 음미해 보라. 

격문(文)

조선일보 서정주 박정희까지
일본놈의 충성스런 앞잡이일 때
동상 걸린 손가락을 잘라내가며
해방을 위해 싸웠던건 백성들이다

학살원흉 전두환과 그 똘마니들
5공 6공의 부귀영화 대물림 할 때
잡혀가고 죽어가고 고문 당하며
민주를 위해 싸웠던 건 국민들이다

친일과 친미로 배불리는 매국노들
여의도에 또아리 틀고
갈수록 적반하장 후안무치 지랄염병
국민들 피눈물을 짜는구나

더 이상 못참아 국민이 나서자
우리의 힘으로 모두 갈아엎자
3.1정신으로 5월의 노래로
6월 함성으로 역사를 만들자

국민의 힘으로~!!!




2019년 9월 8일 일요일

이동형TV 긴급라이브 "검사와 판사가 공직자를 임명한다 ?!"

YouTube | 《이동형 TV》 [긴급라이브!] 조국, 이재명의 운명은?! (feat.박지훈 변호사) 2019.09.06

2019년 9월 6일 유튜브 채널 《이동형TV》 긴급라이브가 올라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2심 300만원 벌금형 선고'를 다뤘다. 

이동형 작가와 박지훈 변호사가 출연한 긴급라이브는 '조국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공세의 불합리성과 검찰 포렌식자료 등장의 문제점, 검찰의 무리한 정치적 수사를 지적했고, '이재명 지사 2심 벌금형 선고'는 판결의 법리, 양형, 형벌의 형평성 등 유죄판결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YouTube | 《이동형 TV》 [긴급라이브!] 조국, 이재명의 운명은?! (feat.박지훈 변호사) 2019.09.06

조국의 운명은 검찰 손에 달렸다?! 그게 너무 짜증나고 화가 나는 거에요!

이동형: ...다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조국의 운명은 검찰 손에 달렸다...

박지훈: 그래요...

이동형: 그게 내... 너무 짜증나고 화가 나는 거에요. 인사권이 누구한테 있습니까? 인사권은 대통령한테 있는 거에요. 그리고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한 뒤에 법률적으로 정해진 건 청문회고, 청문회의 권리는 누구한테 있냐? 국회한테 있는 거에요.

박지훈: 그렇죠.

이동형: 그런데 대통령이 임명하고 청문회에서 들여다 보겠다, 여야가 합의를 했는데... 그날 대대적으로 압수수색 들어갔습니다, 검찰이! 그리고 기자간담회 했는데 그날 또 한번 압수수색 들어갔어요. 이건 뭐냐면 우리들이 임명하겠다는 거야, 검찰이.

박지훈: 맞아요. 네.

이동형: 굉장히 월권입니다, 월권! 

-----(중 략)-----

이동형: ...그래서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기 때문에... 저는 강력한 경고를 할 필요가 있겠다, 이제. 대통령이 직접!

박지훈: 저는 파면하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이동형: 아, 그래서 강력히 경고를 하고 그래도 말을 안 쳐들으면...

박지훈: 파면해야죠!

이동형: 인사권을 휘둘러야지! 왜 가만히 당하고 있습니까? 이러니까... 우리 만만하게... 이게... 너무 나이브(naive)하게 하면 안돼요.

박지훈: 그렇게 하면 또 당해요... 사실.

이동형: 그렇습니다.

박지훈: 안됩니다.

YouTube | 《이동형 TV》 [긴급라이브!] 조국, 이재명의 운명은?! (feat.박지훈 변호사) 2019.09.06

검사와 판사가 공직자를 임명한다?!

박지훈: ...우리 이작가가 최초에 그 얘기했잖아요? 검사가 공직자 임명한다...

이동형: 예...

박지훈: 마찬가지에요.

이동형: 판사가 임명해?

박지훈: 판사가 공직자 임명하고 대가리 날립니다... 이래선 안되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1심판결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이 사람을 경기도지사에서 떨어뜨릴 수 있는 명확한 이유를 저가 찾아내 가지고, 그래도 내가 정말 이 사람을 떨어뜨려야 된다... 그게 아니라면 1심판결 취지대로 가든지 아니면 90만원, 80만원 해 가지고 지사직을 해줘야 돼요. 왜냐하면 경기도는 우리가 뽑은 거란 말야. 니가 선고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동형: 자, 제가 말씀 드렸듯이 이번 국회에서...

박지훈: 없다니까요.

이동형: ...당선자 중에 제가 아까 열댓 명 불러줬잖아요? 단 한 명도 처벌 받은 사람이 없어요... 이거 가지고. 다 무죄, 선고유예, 80, 70, 80이야.

박지훈: 아, 그러면 직권남용죄... 그거를 유죄로 하든가... 첨부터.

이동형: 그렇지. 오히려 그걸 직권남용하면... 쓰읍... '어, 그래'...

박지훈: 논리적으로 안맞다니까요. 그걸, 그게 유죄가 아니라면 그걸 갖고 공표했던 게 허위사실이 되는 게 말이 안맞지 않나요?

이동형: 그래요...자...

박지훈: 이해가 안됩니다.

이동형: 안타깝습니다.

-----(중 략)-----

이동형: 야... 보십시오. 우리 운명이... 어릴 때부터 천재라고 박수 받고 공부만 했던 그 공부벌레들한테... 사회경험도 잘 없고... 지금 판사, 검사 누가 합니까? 사법연수원 중에 제일 잘하는 애들이 가는 거에요. 어... 그런... 인생경험 잘 없고... 그런 애들한테... 우병우 같은 애들한테 우리 인생을 맡겨야 되느냐 말이야. 맞느냐 말이야...그게...? 그러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판결하고 또 수사도 제대로 해줘야 되는데... 정치 할라고 그러고 말이야... 판사 성향에 따라서 무죄가 유죄되고 유죄가 무죄되고...

박지훈: 이게 복불복이 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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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공장 김호창 씨 인터뷰

2019년 9월 4일(수) 뉴스공장 LIVE에 20년차 입시전문가 김호창 대표라는 일반인이 출연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학생생활기록부를 유출해 영어 내신성적을 문제삼은 일과 관련해 출연한 김호창 대표는 "지난번 출연 이후 뉴스공장 재출연을 포함한 모든 언론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있어선 안될 일이 어제 일어났다. 예를 들면 신형무기로 조준 사격하는 군인이 오발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신형무기를 아는 사람이 몇 없고 그 사람들이 침묵하면 더 많은 조준사격이 계속 될 거 같다." 라고 말하면서  출연 동기를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 김대표가 김어준 앵커와 인터뷰에서 많은 얘기를 했는데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조국 인사청문회 정국을 대하는 대한민국 원내정당들의 태도와 학생생활기록부 유출의 불법성, 사회적 문제의식이었다.


민주당은 무서워하고, 자한당은 즐기고,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은 그냥 침묵하고

인터뷰하는 김어준 앵커(왼쪽)와 김호창 대표 (TBS 뉴스공장 LIVE 2019년 9월 4일 방송분)

김호창: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민주당은 사실 좀 많이 무서웠던 거 같고, '이게 혹시나 부정이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 같고, 자한당은 정말 많이 즐겼던 거 같아요. 그걸 이냥 그...

김어준: 보시기에...?

김호창: 예, 예... 그런거죠. 그냥 계속 이렇게 놔두면 계속 기사는 쏟... 가짜기사는 계속 쏟아져 나오고 그러는 거죠. 뭐 정의당이나 아니면 바른미래당 같은 경우는 그냥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게...

김어준: 쓰으읍~하아~ 알겠습니다.


집에 CCTV를 설치하고 24시간 감시하면 아마 국회의원직 그만두고 이민 가실 겁니다

20년차 입시전문가로 소개된 김호창 씨 (TBS 뉴스공장 LIVE 2019년 9월 4일 방송분)

김호창: 사실은 제가 나온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그러니까 뭐냐하면 이 학생의 생기부(생활기록부)가 공개가 되고 그리고나서... 어... 이게 공익의 목적으로...뭐 이렇게 되었다라고...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이게 공익일까...과연 그 학생의 성적이 과연 어떤 부분들에서...그, 그... 법무부장관을 임명하는데 연관성이 있는가라는 부분들이 대단히 많이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제가 한번 생각해 봤어요. 그러면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일 하는가 안하는가를 감시하고 그 결과를 이야기하는 건 공익이에요. 

김어준: 네...

김호창: 그죠? 그러면 제가 보기에 그 의원집에 CCTV를 설치해야 돼요. 

김어준: 흐흐....

김호창: 그죠? 그래서 24시간 감시를 하고...

김어준: 하하하....

김호창: 그리고나서 그 사람이 밤에 뭘 하는가 이런 걸 보고...그리고나서 뭐 고추가 작네... 어...제가 이걸...이런 용어를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김어준: 흐흐... 그러면 안돼요.

김호창: 어... 안돼죠? 그런데 이런 거까지 이야기하면... 

김어준: 흐흐...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되고... 네...

김호창: 예... 그 분은 아마 바로 그날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이민을 가실 겁니다. 한번 정말 생각해 봐야 될 문젠 게... 이럴 수 없어요. 왜냐하면... 

김어준: 금요일날 낚시를 떠났어, 그러면서...  

김호창: 하아... 

김어준: 정책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고!!

김호창: 예, 예... 이럴 수 없어요. 왜냐하면 생기부(생활기록부)라는 게 어떤 거냐하면... 거기에는 그 부모의 정보가 들어가 있구요, 그리구 그 선생님이 그 애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들어가 있구요, 그리고 그 친구들이 그 친구와 어떻게 지내느냐가 들어가 있구, 동아리를 어떻게 했느냐가 들어가 있구 그 애의 모든 게 들어 있어요. 아까... 그... 김어준 씨도 웃었지만, 웃을 일이 아닙니다. 

김어준: 제가 기억하는 생활기록부는 한칸이거든요, 저는 그 시절에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요즘은 그게 칸이 많아요?

김호창: 그럼요. 다 들어가 있습니다. 

김어준: 몇 페이지 돼요?  

김호창: 예, 예. 아까 제가 뭐... 그...그런 말 쓰면 안된다고 그랬는데, 그런 말 쓰면 안되는 일이 일어난 거에요. 무슨 얘기냐하면 20페이지, 30페이지 넘어가는 학생들도 있어요... 

김어준: 아, 그래요?

김호창: 예, 예. 

김어준: 생활기록부가 20페이지, 30페이지...?

김호창: 그 아이의 모든 게 다 들어 있습니다. 선생님의 종합평가가 들어가 있습니다. 

김어준: 어 어...

김호창: 근데 이걸 공개했다라는 건... 어...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선생님들을 무시하는 거고... 

김어준: 한 사람의 사생활 전체를 공개하는 거 아니에요, 학창시절을...?

김호창: 네, 네. 전체를 다 공개하는 거고...

김어준: 저에 대해서 20페이지, 30페이지 안 나올 거 같은데...?

김호창: 하하...

김어준: 하여튼 3년 동안 생활했던 것을 20페이지, 30페이지 적을 정도로 완전하게... 그... 한 사람의 성적과 사생활이 다 들어가 있는데... 학창시절에...? 그걸 막 공개한다... 야...

김호창: 이건 매우 불법적인 일이구요...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됩니다. 더더군다나... 아... 이, 이런 문제들에 대한 부분들을 사람들이 둔감하거나 이러면 안되죠. 

김어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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