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목록

2020년 2월 6일 목요일

밤의 의미

출처:PIXABAY

몸도 튼튼하지 못하고 손에 쥔 것도 없고 마음에 남은 용기와 배짱도 없는 사내는 밤이 아늑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낡고 병든 주변도 잠이 드는 시간. 변변한 수리 한번 못해서 오래된 집 지축을 흔들던 포크레인도 멈추는 시간. 가압류 결정통지문 같은 법원 등기우편이나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드는 시청 행정우편 따위도 날아오지 않는 시간. 하루 종일 부대끼고 시달린 몸과 마음을 누일 수 있는 시간.

사내는 잠을 자는 밤이 아깝다. 이 평화와 안락을 잠 자는 일로 순식간에 뺏기고 싶지 않다. 잠을 쫓는다. 오감을 깨우고 쌓였던 감정을 풀어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빠져든다. 잠을 쫓는 시간이 길어진다. 모자란 잠을 날이 훤히 밝은 시간까지 거칠게 채운다.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불안심리를 떨치려는 병리현상일지도 모르고, 잠이 보약이라는데 몸을 해치는 나쁜 버릇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사내한테는... 줄일 수는 있어도 쉽게 버릴 수 없는... 달콤한 중독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추천 게시글

영화 《광해》:이병헌이 보여준 정치리더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다시 보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저런 정치리더가 이끌고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월이의 슬픈 가족사연을 듣는 하선 사월 : 소인의 아비는 산골 소작농이었사옵니다. 그런데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