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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ABAY |
몸도 튼튼하지 못하고 손에 쥔 것도 없고 마음에 남은 용기와 배짱도 없는 사내는 밤이 아늑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낡고 병든 주변도 잠이 드는 시간. 변변한 수리 한번 못해서 오래된 집 지축을 흔들던 포크레인도 멈추는 시간. 가압류 결정통지문 같은 법원 등기우편이나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만드는 시청 행정우편 따위도 날아오지 않는 시간. 하루 종일 부대끼고 시달린 몸과 마음을 누일 수 있는 시간.
사내는 잠을 자는 밤이 아깝다. 이 평화와 안락을 잠 자는 일로 순식간에 뺏기고 싶지 않다. 잠을 쫓는다. 오감을 깨우고 쌓였던 감정을 풀어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빠져든다. 잠을 쫓는 시간이 길어진다. 모자란 잠을 날이 훤히 밝은 시간까지 거칠게 채운다.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불안심리를 떨치려는 병리현상일지도 모르고, 잠이 보약이라는데 몸을 해치는 나쁜 버릇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사내한테는... 줄일 수는 있어도 쉽게 버릴 수 없는... 달콤한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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